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내가 웬만해서는 에세이류나 수필류,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의외의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제목과 내용요약을 보고 내가 구입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책은 아니다. 그러나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이기에 읽게 되었고, 나는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이 책의 저자, 대니얼 고틀립이 만약, 손자인 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책을 썼다면 이만큼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햇을 것이다. 자기자신의 고통만으로도 숨쉬기 힘들 것 같은 저자가 자신의 손자, 자폐증 진단을 받은 샘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그 고통을 밝은 희망으로 써내려간 메세지다.

만약 내가 고틀립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 자신의 손자에게 닥침 불행까지 보게 되었다면 정말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을것 같다. 물론 고틀립에게도 위기의 나날이 있엇겠지만, 이 책은 고틀립 자신의 불행보다 손자를 위한 따뜻한 마음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통 속에서 찾아낸 그의 메세지는 그 책을 읽는 부모에게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p.34) 샘,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명심해라. 네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네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고틀립 자신이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그 고통을 뛰어넘는데는 이러한 생각이 한몫햇을 것이다. 앞으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손자에게 남기는 이 메세지는 그래서 더욱 힘을 더한다. 자신이 겪지 못한 아픔을 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고통을 뛰어넘은 사람의 메세지는 강한 힘을 가지기 마련이다. 남과 다르다는 것, 이것은 비단 고틀립처럼 육체의, 샘처럼 정신의 다름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p.102) 지금의 내가 나 자신이 바라는 바로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부끄러워한다.

(p.109) 부끄러움을 느낄 때면, 너를 사랑하고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찾아가기 바란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자신이 드러났을 때 맺어지는 친밀감 속에는 놀라운 기회가 숨어있다. 네가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가!

고틀립은 샘의 부모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모 외에 그런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라 생각한다. 부끄러움, 수치, 경멸받은 느낌...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고 지치게 하는가? 이것이 결국은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줄 수 있는 사람을 통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틀립이 샘 뿐만 아니라 샘의 부모에게 남긴 말은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배려해야하는가를 생각케한다. 아이 싸움이 어른싸움이 되는 일이 너무나 당연해진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고틀립이 전하는 메세지를 들어보자.

(p.147) 우선, 너를 괴롭히는 아이들에 대해 알아야한다. (p.148)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p.148-149) 그런 친구를 만났을 때 피하라는 것은, 검쟁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현명한 아이가 되라는 말이다. (p.149) 그 다음에는, 너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얘기해야한다. (p.150-151) 자기 자식이 못된 아이한테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화가 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분통을 터뜨리기 전에, 먼저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아이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도와주고 싶다면, 부모는 일단 자신의 분노와 불안을 접어둬야 한다. 아이가 다급한 위험에 처했다면 물론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는, 아이의 상태를 이해하고 아이를 믿어주는 단게는 간과한 채 자신의 문제로 변절시켜 흥분하는 부모를 자주 본다. 얼마전 모대기업회장이 아들을 위한답시고 한 행동을 떠올려보라.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대신하여 싸워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심리상태를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는 일이다.

책 부분부부느 밑줄 그을 곳이 많은 책이었다. 편지의 형식으로 담담하게 써나가되, 웬만한 이론서를 뛰어넘는 내용을 가진 책. 부모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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