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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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나 안데르센 동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동화들이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꽤 잔혹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조금(--)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가 아마도 내가 20대 중반쯤이었을 것이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거기서 소개받은 책에서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아이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또다시 옛 이야기의 잔혹함을 마주하게 되었다. 잔혹하다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다. 그런 느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공포나 스릴러, 또는 오컬트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냥, 다 아는 이야기지만 약간 뒤집어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인생 그 자체가 가장 훌륭한 동화이다"라는 문장이 보인다. 착한 것과 악한 것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는 중이라....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은 그런 내용을 품고 있다.

인간을 파멸시킨 욕망 잔혹동화: 인간의 욕망 때문에 파멸하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가 어땋게 욕망을 극복하고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4가지 이야기 중에 확실하게 기억나는 이야기는 빨간 구두 뿐이지만, 그리고 어렸을 때도 이 이야기는 무섭다고 생각했었다.

  •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 혹부리영감 이야기가 생각나는 동화이다. 누군가는 노력하며 정직하게 돈을 벌지만, 어느 누군가는 힘들이지 않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 빨간 구두: 빨간 구두를 신고 싶은 욕망이 뭐 그리 대단히 나쁜 일이라고...이리 벌을 주는걸까? 하지만 명품 중독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간의 욕심이란 게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라야 멈춰질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보게도 된다.

목숨과 맞바꾼 사랑 잔혹동화

  • 인어공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탐하여 목숨을 잃은 인어공주. 사랑이 대체 뭐길래...

  • 어머니 이야기: 안데르센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작품으로 꼽힌다는 어머니 이야기.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화이다. 죽음이 데려간 아이를 되찾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어머니의 여정이 낯설지 않다.

sentence 140

Then the mother screamed aloud with terror,

"Which of them belongs to my child? Tell me that. Deliver the unhappy

child. Release it from so much misery. Rather take it away. Take it to the kingdom of God. Forget my tears and my entreaties; forget all that

I have said or done."

그러자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둘 중 무엇이 내 아이의 미래인가요? 말해 주세요. 불행이 내 아이의 미래라면 데려가

세요. 그 아이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차라리 신에게 데려가세요. 나의 눈물과 애원을 다 잊고 그 아이를 데려가 주세요"

p.118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마법 잔혹동화

  • 눈의 여왕: 잔혹동화라고는 하지만 안데르센은 이야기 곳곳에 희망을 심어놓았다. 비록 현실은 힘들고 아프고 괴로울지라도 그것을 잘 이기고 견뎌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이다.

sentence 180

They walked hand in hand out of the palace, where summer had arrived

at last.

게르다와 카이가 손을 잡고 궁전을 나오자 마침내 여름이 도착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p.147

  • 부시통: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노력을 하거나 일하지 않았는데 요행을 통해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의 이야기가 과연 행복한 결말일까 의심스럽다. 더군다나 자기 부모를 다 죽인 남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공주는 어떤 마음일까? 부시통을 이용해서 소원을 들어주는 개 이야기는 알라딘의 램프와 지니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의 설화들이 비슷비슷한 줄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유에 묻히게 하는 철학 잔혹동화

  • 미운 오리 새끼: 이 이야기는 안데르센이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본인을 투영하여 쓴 작품이라고 한다. 앞에서 읽었던 다른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안데르센의 작품 속 인물들은 신분 상승을 하고 그것을 성공으로 여긴다. 이또한 안데르센의 심리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 듯하지만, 백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외모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게다가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원래부터 금수저로 태어난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오리라니...

  • 성냥팔이 소녀: 이 이야기는 충격스러웠다. 물론 애초에 성냥을 팔아서 살아가는 아이가 환상을 보면서 죽어가는 장면도 슬펐지만. 산업혁명 당시 싼 값에 어린이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죽음의 맹독이 나오는 백린을 사용한 성냥을 만들어 내었고, 결국 쫓겨날 때는 그 성냥 한 보따리를 받아 나왔다고 한다. 성먕팔이 소녀가 마지막에 남은 성냥을 모두 불에 붙였을 때 거기서 나온 맹독으로 인해 죽었을 거라고 짐작할만하다. 저자는 그렇게 말한다. 성냥팔이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가난과 추위가 아니라 어른들의 욕심이었다고.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뒤집어 까고, 시대적 상황까지 확인해보니 그 이면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였다. 그리고 모처럼 이야기를 다시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 리텍콘텐츠의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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