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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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가난하고 빈곤한 아이들의 상황이 나와 별다르지 않았기에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다. 그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일까?

"소희네 가족은 가난이 대물림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조부모의 가난과 병력이 부모의 양육 조건을 부실하게 해서 어머니는 교육과 돌봄이 결핍된 성장기를 보냈다. 그 결과 어머니는 학력과 노동 능력이라는 사회적 기반을 얻지 못했고 한부모가 되어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양육했다. 게다가 우울증까지 앓게 되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나 바람까지 약화되었다. 의지할만한 다른 가족도 없이 정신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만성적으로 빠졌다. 어머니는 소희에게 '신경을 안 쓴'게 아니라 '신경을 쓸 수 없었'던 셈이다."(21~22)

알고 있다. 우리집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가출과 비행을 일삼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착한 자녀의 역할을 해내려고 애를 썼다. 어렵더라도 학교를 보내려고 하는 부모였기에 그나마 이 아이들과는 환경이 달랐다고 말해야할까?

책을 통해 만난 아이들의 삶은 나와는 달랐다. 사람마다 상황이 같을 수 없고, 각자의 성향도 다르다. 저자가 만난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가족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지점이 나와는 다른 지점이다. 나는 가족이 애틋하지도, 가족의 빈 자리를 느끼지도 않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 아이들은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거나 "평범한 가정을 갖고 싶다"거나 "자녀를 낳으면 뭐든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역시 나와는 다른 부분이다.

아이들과 나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환경을 살아가는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내가 살아온 길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환경' 탓만 하고 있어서는 변할 수 없다. 바뀌어야 하고,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노력해야 한다. 아, 노력하지 않아서 가난하다는 것이 아니다.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도 많다.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있다. 사회가, 제도가 보완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도 있지만, 자신이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좀 더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결핍감은 영성 개인의 성향에서 온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가치관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필요 이상의 박탈감일 수 있다. 가난한 가족일수록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들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정상가족'일 가능성이 높고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상당수가 바로 여기에 속한 약자들이다. 정상가족의 배타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소외감과 열패감을 경험한다."(p. 65)

교육적 자극을 받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살아가는 힘이 다르다. 그것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든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든 말이다. 자아정체감을 잘 형성하지 못한 아이들은 여전히 어렵게 살아간다.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데는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청소년기에도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지금하고는 비교도 안되지만. 지금 청소년들은 학원에, 게임에, 스마트폰에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이런 걸 두고 바쁘다고 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 아이들에게 부모의 가난과 빈곤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다가도, 괜히 마음 한편에서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그것인 것 같다. 내가 처해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제도와 정책을 알고 나에게 맞게 활용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아이들이 부딪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와 국가의 역할을, 제도와 정책이 보완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것들이 보완되고 마련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말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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