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2 -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비누의 여정은 참으로 눈물겨운 여정이었다. 눈물을 흘려서는 안되는 마을에서 태어나, 눈이 아닌 머리카락으로 울수밖에 없었던 비누가, 손으로 발로 유방으로 온 몸으로 울고, 결국은 눈으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을만큼 힘든 여정을 끝내고 도착한 대연령에서, 그녀는, 죽은 남편 치량의 소식을 접했다.

참 바보같은 여자라 생각했다. 그깟 겨울옷이 무어라고, 남편에게 그 겨울옷을 입히려고 그 힘든 여정을 떠나나했다. 나는, 그녀를 비웃던 수많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1권에서도 만만찮은 여정을 가던 비누는 2권에서 더 힘들고 아픈 일을 겪는다. 그녀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청개구리도 그녀의 구덩이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엉뚱하게 도적놈의 아내역할을 맡아 관에 발을 묶인 채 그렇게 대연령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남편에게 줄 겨울옷에 대한 미련을 못버린 그녀는 소복을 염색하기도 하고, 헌옷가게에서 옷을 훔치기까지하면서 대연령을 향해 갔다.

결국 그녀가 만난 것은 남편이 아니라 죽은 남편 위에 세워진 장성이었지만, 그 장성마저도 무너뜨리는 비누. 비누의 눈물은 사람들로 하여금 잃어버린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찾게도 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참회하게도 하였다. 눈물의 힘이란 과연 그런 것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힘. 비누의 눈물이 힘이 있는 것은, 눈물을 흘리는 자의 마음 때문이다. 남편을 그리워하고 남편의 걱정하는 마음, 오로지 다른 사심없는 눈물이었기에, 그녀를 위해 울어줄 청개구리와 풍뎅이와 흰나비떼가 그리로 쫓아올 수 있었지 않았을까?

황제의 권력이란 것도 무상하여 죽고 나니 썩은 생선만도 못하더라. 황제가 백성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자신만의 여흥을 즐길 때, 그 밑에서 황제의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놓는 자들이 있었으니, 건설되지도 않은 운하에 띄울 배는 황제의 짐이 되었다. 권력이란 그리도 무상한 것이니, 제대로 묻히지도 못하고 길가에 버려진 도적 진쑤와 황제가 무에 다를까? 좋은 옷과 좋은 관 속에서 향내를 피우며 누웟던 진쑤도 결국은 길가에 버려져 제대로 묻히지도 못했듯 황제도 그러하지 않은가?

비누는 자신의 죽을자리를 찾아 구덩이를 파고, 다시 조롱박으로 환생하기를 원하지만, 세상은 그녀가 누울 조그만 자리 하나 비켜주지 않았다. 결국 조롱박이 던져진 곳은 남편이 죽어 무덤도 없이 스러져간 곳이었다. 온몸으로 우는 여자, 비누를 위해 울어줄 자는 누구인가? 그 어떤 인간도 아닌 청개구리와 풍뎅이와 흰나비떼였다. 그것은 그 어떤 인간의 눈물보다도 강한 메시지를 전하며 비누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한낱 미물보다도 못한 인간들을 꾸짖기라도 하듯.

눈물을 통해, 쑤퉁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중국의 신화나 설화는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것과 묘하게 닮아있다. 같은 문화권이고 옆에 붙어있다는 지리적 여건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낯설고 먼 서양의 신화와 설화에 익숙해진 터라 동양의 이야기에 괴리를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황석영의 바리데기가 생각나던지... 바리데기라는 한국의 설화를 현대에 재구성한 황석영의 바리데기와 쑤퉁의 눈물은 묘하게 닮아있다. 내용을 떠나 그 정서가 그러하고 윤리가 그러하다. 이번에도 세계신화총서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듯하여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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