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부를 하는 것은 딱 그만큼의 기본을 익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의 경험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사회인'이 되어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배우고 익힐 때,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의 노력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니, 그만큼의 노력을 하게 된다. 당연히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 그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고, 가끔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기초 지식이 되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루키는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다'"(p.75)라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학교에서 배운 것이 우리 인생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인생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정하고 그것을 자기 안에 시스템화해놓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인생을 큰 동그라미로 친다면 그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일들이 모두 각각의 우선순위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오래할 수는 없다. 다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자신의 의지일 수 있다.
하루키의 달리기는, 그의 글쓰기와 닮아있다. 오랫동안 달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그의 노력은, 그가 오랫동안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 것과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는 없다. 대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길은 절대 '연습량'이 충분해야 한다. 하루키가 마라톤에서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이 '적당'히 했던 오만함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