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이라는 일 - 문화예술을 일로 엮는 덕업일치의 삶 일 시리즈
유경숙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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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내용이어서 즐겁게 챌린지 독서에 참여하였고, 마지막까지 읽었다. 페이지 수가 많거나 어려운 책은 아니어서, 챌린지까지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읽어낼 책이었다. 하지만, 함께 읽는 사람들과 매일 매일 감상을 나누면서 읽으니 혼자 읽을 때보다 많은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문화 기획'이라고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획'이라는 관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일관성 있는 몰입이란 당장 문화계가 아닌 일을 하거나 이직을 하더라도 추후에 문화기획자가 되기위해 필요한 소양을 골고루 깊이있게 익히는 것이 효용이 높다는 의미다.(p.49~50)


살면서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게 바로 이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처음부터 직업으로 시작하는 일이 드물다. 경력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 첫발을 디딘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않은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결국은 둘러둘러가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관련이나 의미를 찾을 수있는 것을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시간이 없었다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에 정작 기회가 주어져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늘 아이에게 그런 기회를 잡기위한 경험들을 권유한다. 나와 같은 생각의 문장을 만나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이유가 히나 더 생겼다.


"줄서지 않아도 된다. 조금 천천히 가면 된다. 탄탄한 실력과 자신감, 좋은 태도만 갖췄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도 괜찮다" (p.136)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어려운 시작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같은 라인이 절실하겠지만, 그것이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동아줄 따위 없어도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 청춘의 특권이 아닐까? 


'메타인지'란 내 머릿속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p.174


이력서를 써보면 가장 많이 한 업무, 그러니까 크든 작든 자신만의 대표분야가 대략 그려지고 나의 시간, 즉 '전문성의 맥락'이 보인다. 따라서 이력서를 잘 정리해야 이를 토대로 자신의 미래 직업도 유추해보고 이직 시점이나 퇴사 시점도 더욱 현명하게 정할 수 있다. p.187


저자는 어떤 사업을 처음 수주받을 때, 일을 수행할지 말지 결정하기위해 진행하는 첫 미팅에서 많은 질문을 한다고 한다. 책에는 그 예가 적혀있는데, 이런 것들은 경험에서 차곡차곡 쌓인 질문들이다. 저자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질문은 쉽게 만들어지지않는다. 


직접 일을 챙기고 확인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도 커다란 문화 기획을 3년 연속 진행한 적이 있는데, 매해 나의 질문은 늘어갔다. 그래서인지 이 부분에 많이 공감하였다.


- 기관에서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해당 지역에서 이 사업이 필요했던 초기 상황 파악을 위함)

- 올해 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 지금까지 이 사업에 대한 내부 평가와 지적 사항은 어땠는가?

- 실무자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지점은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핵심 사업과 부가적 사업은 무엇인가?

- 올해 사업비와 이전 사업비에 변화가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 대표 사업과 보조 사업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과도한 의전, 예산에 맞지 않는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F&B, 무리한 정량적 성과 등을 파악하기 위함)

- 착수보고회, 중간 보고회, 결과 보고회 등의 행정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가?(불필요한 과정을 축소하고, 형식적인 인쇄물의 대량 요구 등을 파악하기 위함)

- 정산의 방법은 어떻고, 선급금을 받을 경우에 정산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 전화하면 바로 회의에 뛰어와야 하는 등의 '불편하고 민감한 주문사항'이 있는가?(상호 합리적 파트너십 매너를 갖춘 기관인지, 갑질 문화가 있는 기관인지 파악하기 위함) p.250-251


인생의 전환점은 우연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우연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 살면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기회'를 얻는 사람에게는 기회에 다가가는 노력, 기회를 놓치지않는 준비성, 기회에 기회를 더할 수 있는 활용능력 등이 있다. 


문화기획이라는 일이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직업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다들 한류니, k~~뭐니 해서 눈 앞의 화려함에만 마음을 빼앗긴 건 아닐까? 


나는 회사에서 직원 복지를 위한 문화 기획도 담당하고 있다. 벚꽃 피는 날, 야외에서 차회를 열어 다 같이 ​차를 마시면서 공연도 즐긴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행사이고, 회사의 내빈들도 초대하는 큰 행사라서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작년엔 꽃이 일찍 피고, 비까지 내려 막상 행사 날 꽃이 다지고 없어서 낭패를 보기도 했다. 올해는 미리 앞당겨 날짜를 정했는데, 꽃이 안펴서 본의아니게 일주일 연기하였다. 자연의 변화는 내 힘으로 어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플랜 B, 플랜 C를 가동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플랜A, B, C가 필요하다. 문화기획이라는 관심사에 이끌려 이 책을 읽었지만,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는 중년들에게는 특히 더 그럴 것이다. 


모처럼 오랜만에 챌린지 독서에 참여하였다. 함께 읽은 사람들이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갖고 있기에 함께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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