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사라진 수학 시간
조은수 지음, 유현진 그림 / 다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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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몸에 나빠!"

"수학 공부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소피의 엄마와 아빠는 소피에게 무서운 얼굴로 엄포를 놓는다. 수학금지령. 현실에서라면 잘 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소피네 집에서는 들을 수 있다. 소피는 프랑스혁명이 터진 1789년 7월 14일, 바깥이 위험해지자 아빠는 소피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그렇게 집 안을 돌아다니던 소피는 아빠의 서재에서 우연히 <수학의 역사>라는 책을 읽는다. 거기에서 아르키메데스의 죽음을 읽은 소피는 '도대체 수학이 뭔데 수학을 위해 죽기까지 하는지' 궁금해진다.

어느날 소피의 옷장 안에서 나타난 알키 할아버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3대 수학자 중 한명인 아르키메데스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나는데, 그는 페렐만, 수백년간 풀리지 않았던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해 낸 그리고리 페렐만이다. 소피는 여성 과학자, 여성 수학자를 인정하지 않았던 프랑스에서 국민적인 추앙을 받는 수학천재라고 한다. 소피제르맹 거리와 학교도 있다고 한다. 셋이 모여 수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소피 제르맹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 책의 많은 이야기들이 실제 소피 제르맹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여기에 아르키메데스와 그리고리 페렐만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재미도 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을 몇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듯 우리에게 필요한 본질적 요소도 몇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의 가장 중요한 하나가 바로 인정이야. 가장 친밀한 상대로부터 받는 이해와 인정. 그거 없이는 우리가 살 수 없거든. 페렐만은 지금 그걸 얻지 못해서 저렇게 상심하는 거지. 허나 페렐만. 조금만 기다리게나. 자네의 증명은 너무나 비범해서 그렇게 빨리 이해할 수 없거든."(P.100)

소피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페렐만은 어려운 남제를 증명했지만, 사람들의 그의 연구와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그가 받게 된 상금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였다.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지 못해 평생을 외롭게 보냈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있는 그 모든 것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상대로부터 받는 이해와 인정이 그러하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열정을 불태우며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대중의 인기를 얻어 유명해지겠지만, 대부분은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길을 간다. 그들의 꾸준한 노력과 열정에 고마움을 느끼고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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