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 바다 올 에이지 클래식
샤론 크리치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소피와 코디의 항해일지라고도 할 수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피의 [항해일지]와 코디의 [거지같은 일지]이다. 열네살 소녀 소피는 삼촌, 사촌들과 방랑자호를 타고 봄피할아버지를 찾아가는 항해를 시작한다. 그 시작부터가 뭔가 두근거림을 준다. 열네살 소녀에게 항해를 허락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기도 하고, 소피와 코디의 시선으로 항해를 하는 동안의 일들이 다르게 기록되는 것도 재미있기도 했다. 특히, [거지같은 일지]라고 말하면서도 꼬박꼬박 적어가는 코디의 시선이 참 좋았다. 이 책의 주인공이 소피라고해야할지 코디라고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나는 코디에게 푹~ 빠졌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모두 변화를 겪는다. 바다를 배를 타고 건너는 동안, 그들은 심적 변화를 제법 크게 겪는 듯하다. 아무래도 바다는 모험의 장소이면서 성찰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평화로울 때는 비바람치는 바다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가 어느새 모든 걸 집어삼킬듯 덮쳐오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심적변화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바다는, 인생과도 같으니까.

나는 부산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바다를 보아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부산사람이 바다가 없는 곳에 가서 살다보면 그렇게 바다가 그리워진다고 한다. 바다가 주는 탁 트인 풍경, 바다가 내는 수많은 소리들이 그렇게 그립다나. 어쨌든 바다는, 바쁘게 살아가다가 한숨 돌리고 쉴 수 있는 공간이기에 더욱 그러한듯하다. 소피도, 강보다는 모험이 있는 바다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동안, 소피에게 바다와 관련된 무서운 기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의외로 소피는 바다를 무서워하면서도 바다와 함께 있으려고 하는 소녀이다. 그녀의 이런 의지는 자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과거에 겪은 위험이나 아픔을 회피하려고 한다. 회파함으로써 그 기억에서 도망치고자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을 옭아매게 되고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 그에 반해 소피는 바다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와 정면도전을 하는 당찬 소녀이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아름답게 각색할 줄도 알고,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소녀이다. 그런 소녀 소피를 바라보는 코디는, 천방지축이라고 해야할까? 뭐든 장난처럼 대하고 진지하게 행동하는 일이 없다. 그런 그도 소피를 바라보는 시선만은 진지하다. 거지같은 일지에는 소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소피가 이야기하는 봄피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코디의 일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브라이언은 소피의 이야기에 계속 의문을 갖지만 코디는 소피의 이야기를 일지에 기록할만큼 열심이 들어준다. 코디가 한없이 장난스럽고 가벼운 행동만 하는 아이가 아니란 걸 일지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사촌인 소피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나온다.

소피가, 소피 스스로 그들의 가족이 되려고 노력할 때 그런 소피를 바라보는 코디의 시선은 따뜻하다. 물론 코디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브라이언처럼 직설적인 대화는 피하려고 하면서 소피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주변에 코디같은 친구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이 책속 인물들이 변화하는 과정은 참으로 재미있다. 브라이언이 코디처럼, 코디가 브라이언처럼 변해가거나, 소피가 자신의 부모를 삼킨 바다를 이겨내거나, 삼촌들이 자신이 하고싶엇던 일을 하게 되고, 옛 애인을 만나는 등 이야기 내내 사건들이 이어진다.

바다는 그들의 변화를 모두 끌어안아주는 너그러운 품을 가졌다. 자신의 고민을 품에 안고 끙끙대지 말고 탁트인 바다에서 풀어놓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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