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넬슨 만델라 지음, 김대중 옮김 / 두레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을 읽게 된 것은, 바로 얼마전에 읽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야기](베벌리 나이두, 생각과 느낌)라는 책을 읽으면서였다. 그전까지 내게 넬슨 만델라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람 중에 한명일 뿐이었고,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상을 받았는지조차도 몰랐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넬슨 만델라라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오게 되었다. 저 참혹한 인종차별의 나라에서 그는 어떤 일을 했을까?

표지의 넬슨 만델라는 환하게 웃고 있다. 그가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짊어지고 살았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며 책을 펼쳐들었다. 의외로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름대로는 선택받은 사람 중의 하나였다. 섭정의 도움을 받으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몇 안되는 흑인 지식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돌아보아도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의 삶은 두가지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의 환경과 선택받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느냐,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고통받는 자들을 위해 싸우며 살아가느냐. 넬슨 만델라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다. 물론, 그의 많은 활동이 감옥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의 신념과 행동은 여러 사람의 귀감이 될 만하다.

p.45 나는 지도자는 목동과 같다는 섭정의 경구를 항상 기억했다. '목동은 양 떼 뒤에서 재빠른 양들이 앞서 가도록 하고 나머지 무리들이 그 뒤를 따르게 하지만, 양들은 언제나 뒤에서 누군가 인도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이 말은, 지도자의 역할을 생각케 한다. 얼핏보면 뒤에서 조정하는 배후자라는 느낌이 들지만, 한편으로 보면 국민들이 자신을 이끄는 지도자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지도자의 존재를 의식하는 순간, 그 지도자는 권력이 맛을 느낄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넬슨 만델라의 삶은 온통 감옥에서의 삶이었다.

그가 변호사로서 흑인들의 대변인이 되어주었던 일을 제외한 감옥에서의 삶만 보면 그들만의 자유투쟁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넬슨 만델라는, 인종차별정책에 맞서는 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었던 것 같다.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감옥에 가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밖에서 자유를 위한 투쟁에 가담한 수많은 사람들의 등불이 되어준 것이다. 그래서일까, 자서전을 읽는 내내 만넬라의 신념과 의지에 깊이 감명받곤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가 석방되어 나오기까지의 감옥에서의 삶은 멘델라나 그들의 가족,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고 투쟁을 위한 불칠이었겠지만, 나로서는 그의 신념과 의지를 확인하는 것 이외의 어떤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대신, 그가 감옥에서 풀려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하는 과정에서 그의 인간됨, 아니 자유투사로서의 그의 모습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할까?

과거사 청산이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눈여겨 봐야할 점이 너무도 많지 않은가? 친일파라고 해서 그들을 다 잡아 감옥에 넣자가 아니라, 그들의 진심 어린 용서와 화해를 통해 하나됨을 이루어야하지 않을까? 만델라는, 그들을 속박하고 구속했던 이들을 용서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죽어야했던 사람들의 아픔도 어루만져야하지만, 무의식적인 세뇌작용, 혹은 제대로 알고 배우지 못한 데서 오는 무지로 인해 저질러진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런 것을 다 용서하자가 아니라, 그들이 그것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은 자에 대해 용서를 하자는 것은 배울만한 점이라 여겨진다.

정치인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그들의 신념이 불분명해서이다. 권력을 잡고 싶은 마음 외에 그들이 진정으로 국민의 대표가 되고싶어하는 이유가 뭘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국민의 대표가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꼬리잡기나 하면서 국민의 세금이나 축내고 여행이나 다니고 권력을 이용하여 또다른 권력을 쌓아가는 그들의 행태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눈앞에 계속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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