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읽기

길 위의 책 - 제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12
강미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12월

'길위의 책'을 읽는 동안, 성장소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읽은 책들 가운데 성장소설들이 제법 있기는 한데 특별한 의미를 못느꼈던 책들이 다수였다. 왜냐하면, 성장소설들의 주인공은, 모두 크든 작든 파란만장한 삶을 살기 마련이었다. 나처럼 학교와 집을 오가는 생활에 특별한 반감을 느끼지 않았고, 당연히 그래야하는 거라 생각했고, 부모의 일상이 그다지 나와는 별 관련없이 살아온 사람들, 어찌보면 대다수에 해당하는, 관심을 끌 아이가 전혀 아닌 아이의 이야기는 거의 없었으니까.. 고등학교때까지, 학교는 당연히 다니는 것이고, 이성교제는 생각해본적도 없고, 돈이 조금 없다뿐이지 가정적인 특별한 문제의식도 가지지 않은 아이의 이야기는 왜 없는 것일까?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펼쳤는데 3장에 소개된 성장소설들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살인자들](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러비](제임스 조이스), [어둠의 혼](김원일), [중국인거리](오정희), [데미안](헤르만헤세),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최시한),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셀린저), [외딴방](신경숙)..아, 이런, 읽은 책이라곤 딱 세권이군. 데미안-지독하게 재미없었다. 호밀밭의 파수꾼-무슨 내용인지 생각도 안난다. 외딴방-주인공의 생활이며 생각이 다 마음에 안들었다.

 

뭐 여기 소개된 목록은 작가가 임의로 선정한 것이니(물론 선정의 이유가 각각 있을 것) 읽은 게 그다지 없다고 해서 문제될 게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이 책 속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필남과 나리, 현지와 정은)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참 성숙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성숙이라는 단어를 각각의 아이들에게 적용할 때 조금 다른 분위기를 주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읽기 위한 책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아이들의 문제가 와닿지 않는 느낌도 있다. 대신, 들꽃학습원에 가는 필남의 모습을 통해 필남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점은 좋았다. 나도, 들꽃학습원을 늘 지나치기만 했지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한번 들어가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상처를 치유하는 여유와 사색의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입시전쟁에 시달린 아이들이 입시를 위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 독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이 책 속의 아이들도 입시준비를 해야 하는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도서반활동을 하기 위해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린 현실 속에서,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부럽기만 하다. 소개된 책들이 성장소설이란 점이 탁월한 선택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니까,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책들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고전과 명작을 읽어야만 제대로 된 독서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지식의 껍데기를 위한 독서가 아닐까? 진정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는 책을 읽음으로써 독서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독서토론 부분이나 책 소개와 관련된 부분이 조금 지루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되어 가는 모습이 좋은 소설이었다. 더불어 아주 평범한 아이의 평범한 일상도 이야깃꺼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