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독서 자립 - 문해력을 키우는 6단계 독서지도 로드맵
오현선 지음 / 넥서스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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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독서교육은 어린이를 책 읽기로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독자가 아닌, 주어진 책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학습자로만 대하고 있습니다. 문해력이라는 단어에 압도되어 읽기의 본질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결과 아이들은 '읽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P.6-7)

이 책의 저자 오현선님은 '읽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독서교육의 현장을 살펴봐온 나로서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주어진 책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학습자로서의 어린이만 있고, 진정한 독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독서관련 질문을 받아보면, '어떤 문제집을 풀면 좋은가"하고 묻는 질문이 너무나도 많았다. 책을 잘 안읽어서, 책을 싫어해서 걱정이라면서 정작 알고 싶은 답은 어떤 문제집을 풀면 되는가라는 질문이라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그런 질문을 하는 학부모, 바로 그분들이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이라는 것을.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없다.

얼마 전에는 2028년 대입개편안이 발표되고 나서, 독서수업을 하던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제 수학이랑 과학학원에 가야해서 독서수업을 그만두겠다고. 독서 수업은 사실 수업이라기보다 학생들이 책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역시 대입 앞에서는 모든 게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인갑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것을' '새로이 알게 된'것보다는 '알고 있던 것'을 '제대로 정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충 감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단계별로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것, 그리고 방법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1장과 2장에서는 독자되기 6단계 로드맵과, 문해환경만들기 6단계 로드맵을 소개한다. 이 책이 다른 돗거관련 도서와 차이라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3장부터는 어휘 문해력 6단계, 읽기에서 독서로 나아가는 6단계, 문학 읽기 6단계, 비문학독해 6단계, 세상읽기 6단계로 진행된다.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

호기심 단계기 > 읽기 모델 탐색기 > 반복 독서기 > 몰입 독서기 > 적극적 독서기 > 사회적 독서기

호기심 단계에서는 어린이가 읽을 만한 책, 펼치면 빠져들 책을 골라 아이의 눈 앞에 노출시킨다. 이 단계에서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전집을 사서 책장에 쫙~~~ 꽂아두는 것이다. 전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집을 '전시'하듯 책장에 꽂아두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게 꽂혀 있는 책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그렇다면 두번째 읽기 모델 탐색기로 가보자. 가장 가까운 읽기 모델은 부모 또는 양육자,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들이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때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책을 골라 줄 필요도 있다. 저자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읽기자료를 활용하라고 전한다. 생활문들은 찾아보면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읽기'가 우리 생활에서 필요한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세번째는 반복독서기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 공주를 좋아하는 아이들,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들...각자 좋아하는 주제에 따라 책을 읽고 또 읽는 아이들이 있다. 이 단계까지만 와줘도 다행이다 싶은게, 요즘은 책보다 미디어에 푹 빠지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완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아이들에게 전자기기를 맡긴 채 그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쓴다면 그것은 방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네번째는 몰입 독서기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분들도 몰입독서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책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가 있다. 시리즈물이 나오기를 기다려서 서점으로 달려가곤했던 기억도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 저자는 몰입의 경험을 통해 문해력이 자란다고 말한다.

다섯번째는 적극적 독서기다. 스스로 읽기 자료를 찾아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가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책 좀 찾아봐줄래? 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 책들을 살펴본다. 그렇게 책 제목만 훑어봐도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찾은 책을 빌려가거나 앉아서 읽는 아이들을 보면 참 대견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6단계는 사회적 독자기이다. 이때는 책을 통해 얻은 정보나 지식을 전수하거나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몇 권 읽었다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용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자가 되기 위한 6단계를 먼저 인지하고 나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필요한 것, 도와줘야 할 것 등이 떠오른다. 그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문해 환경 만들기 6단계 로드맵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방법들은 어렵거나 힘든 일이 없다. 조금만 신경쓰면 모두가 따라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집에서 부모나 양육자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또래 아이들의 독서모임 등을 통해서도 보완이 가능하다. 책 읽기란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어서, 책 읽기가 몸에 밴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자기의 삶을 변화시켜나간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그 정도의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국어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진정한 독자가 되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4장에 가면 읽기 문해력 6단계가 나온다.

해독 단계 > 유창 읽기 단계 > 묵독 단계 > 내용 이해 단계 > 구조 파악 단계 > 주제 파악 단계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읽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글을 읽는 이유는 그 글이 지시하는 바를 알거나 그 글의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다.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은 누구나 한글을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읽는 것만으로 내용과 주제를 알 수는 없다. 우리 머리 속에서는 글자로 표현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앞 뒤 내용을 종합하고, 유추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러한 단계를 거치기 위해서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읽기는 절대 그냥 되지 않는다.

6장에서는 비문학 독해 로드맵을 제시한다.

책 고르기 > 작가의 말, 목차 읽기> 훑어읽기>구조화하며 읽기> 다섯줄 책소개하기> 비문학독서점검

교과서나 문제집의 비문학 글은 해당 글을 발췌해서 만든 글이 대부분이다. 전문을 읽어보지 않는다면 그 글을 통한 사고력을 키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능하면 책을 통해 전문을 읽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완독해본 아이는 짧게 끊어 나온 글도 앞 뒤 내용을 유추하며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 세상읽기 6단계 로드맵에서는 신문 읽기를 소개한다. 예전에 NIE 같은 것이 유행을 했는데, 요즘은 종이 신문 보기가 어려워 신문 읽기를 하는 방법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종이 신문 형태를 살린 PDF파일 등을 제공하고 있으니 활용해보면 좋겠다.

여러 가지 읽기를 통해 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읽고 자기만의 가치관과 통찰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독서의 목적일 것이다.

자녀의 독서교육을 고민하고 있거나, 학생들ㅘ 함께 하는 독서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서 많은 실제 활용하기에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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