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슨 : 살해 누명을 벗어라! 이야기강 시리즈 10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앙투안 론존 그림, 지연리 옮김 / 북극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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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고슴도치 제퍼슨 부샤르 드 라 포트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을 정리했다. 이날은 제퍼슨에게 완벽한 날이었다. 아침나절 내내 기분이 좋았다. 그날은 바로 미용실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이기 때문이다. 미용실에 가기 전에 도서관에 들러 소설 [강에서 혼자]를 반납하고 앞머리를 손질하러 갈 예정이었다.

햇살좋은 가을날 아침 제퍼슨은 그렇게 <죽여주는 스타일> 미용실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러나 그날은 제퍼슨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날이었다. 완벽할것만 같았던 그날, 제퍼슨은 인간이 모는 자동차에 치일 뻔했다. 그리고 <죽여주는 스타일> 미용실에서 에드가르 씨가 가위에 찔려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고, 잠에서 깨어난 염소부인은 제퍼슨을 살해자로 지목했다. 그리고 제퍼슨은 자신이 살해자가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을 알고 도망을 쳤다.

제퍼슨의 돼지 친구 질베르는 그렇게 도망친 제퍼슨과 함께 이 사건을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바로 에드가르를 죽인 진짜 살해자를 찾아서 데리고 오는 것이다. 제퍼슨이 범인이 아니란 것을 밝히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퍼슨과 질베르는 <발라도>여행사가 기획한 인간이 사는 나라 빌부르그 여행을 시작한다. 노란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관광을 떠난 제퍼슨과 질베르는 에드가르 씨의 엽서를 단서로 삼아 인간의 도시에서 에드가르씨가 무엇을 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이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염소부인은 터무니없는 헛소문을 만들어낸다. 본 사람이 없으니 그 소문은 점점 더 염소부인의 상상대로 흘러간다. 제퍼슨은 그 범인을 찾지 못하면 꼼짝없이 가짜뉴스의 희생양이 될 참이다.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한 이 이야기는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제퍼슨과 질베르의 여행을 따라간다. 매주 인간이 사는 도시에 갔던 에드가르 씨가 무엇을 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는 동물들을 만난다. 버스를 타고 함께 여행을 시작한 [문명화된] 동물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오만하기 그지없다.

단체여행을 함께 하고 있는 동물들이 뜻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해볼 것 같다.

"사실 제퍼슨이 인간의 나라에서 받은 인상은 몇 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인간은 동물을 열등한 존재로 여긴다. 기떳해야 어린아이 정도, 아니면 지적 장애인 정도로 취급한다. 제퍼슨은 그런 점이 무척 불쾌했다."(p.87)

"에드가르 씨는 몇 년전부터 비윤리적인 동물 사육과 운송, 공장식 도살에 맞서 투쟁해왔어요. 저도 그렇고요. 우리나라에는 현재 뜻을 같이하는 투사들이 몇 백명 있어요. 우린 그동안 몰래 도살장에 들어가서 현장을 영상에 담았어요. 도살장 담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죠."(p.138)

"세상은 여러 계층으로 나뉘어 있어. 계층 간에는 분명한 서열이 존재하고, 최고층에는 인간이 있어.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 문명화된 동물인 우리는 인간들 바로 아래 있어. 위에서 우리는 내려다보는 인간 밑에. 뭐 말이 그렇다는 거야. 생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여하튼, 우리 아래에는 야생동물이 있어. 그들은 아직 언어가 없지만, 인간에게 선택되어 이름을 얻고 보호를 받지. 그 밑, 맨 아래에는 사육되는 동물들이 있어. 도살되어 해체될 운명을 갖고 태어난 동물. 아, 친구, 너무 끔찍해!"(p145)

"요술봉으로 인간의 식습관을 단숨에 뜯어고치자는 건 아니다. 이런 일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인간이 육식을 멈추거나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다. 고기 소비가 증가할수록 공장식 축산업자와 대량 육류 제조업자들은 많은 돈을 벌겠지만, 죄 없는 동물들은 자기가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처참하게 도륙된다. 인간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며 기뻐할 동물은 없다. 정육점 진열장에 그려진 돼지 얼굴을 보고 즐거워할 동물도 없다. 투쟁은 길 것이다."(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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