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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과 염소 삼 형제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0
맥 바넷 지음, 존 클라센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3년 10월
평점 :
우리집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인기 있는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는 단연코 앤서니 브라운이 최고였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무래도 그때만큼 어린이책에 관심은 갖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눈에 띄는 작가들이 있는데 맥 바넷이 그 중 한명이다.
트롤과 염소 삼 형제는 노르웨이의 옛 이야기인 [세 마리 염소 그러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아주 옛날에 살고 있었다는 거인 트롤이 함께 등장한다. 옛이야기에서는 염소의 이름이 같은데, 그래서인지 세 마리 염소가 사실은 한마리이고 점점 성장하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세 마리 염소는 어떻게 트롤을 피해 풀을 뜯어먹으러 갈까?
트롤은 다리 아래에 살고 있다. 그림으로 볼 때 트롤의 환경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오염되고 쓰레기가 있는 물이 흐르는 다리 밑에 앉아서 먹잇감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트롤. 코가 툭 튀어나와서 일반적인 트롤의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염소들은 트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다리를 지나간다.
염소가 사는 곳보다 다리를 건너면 더 크고 맛있는 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염소 형제는 트롤을 속이고 다리를 건넌다. 막내 염소와 둘째 염소는 자기보다 뒤에 오는 형제 염소가 더 크고 맛있다며 위험에서 벗어난다. 혹자들은 그렇기 때문에 첫째에 비해 꾀도 없고, 자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혹평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 첫째 염소가 트롤을 물리치기 때문이다. 커진 덩치만큼 염소의 자신감이나 힘도 더 커져 있다.
나는, 염소들이 자기가 있던 곳에서 벗어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전한다는 점에서 세 마리 모두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험에서 벗어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언제나 정면돌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트롤은 노르웨이의 전설 속 거인이다. 인간에게도 나쁜 짓을 하긴 하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힘만 세고 머리는 약간 모자란 존재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 트롤보다 더 크고 더 힘센 염소가 나타났다는 것은, 실제 외모나 힘이 세졌다기보다 그 염소의 자신감이나 당당함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트롤이 첫째 염소에게 혼쭐이 난 채 강에 빠져 점점 더 큰 강으로 흘러가는 것도 점점 작아지는 트롤의 모습을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을 읽고 굳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즐겨라!! 힘 없고 약한 염소도 커다랗고 힘센 트롤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의 말
옛날 옛적에 동화를 무척 좋아하는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이름은 맥 바넷. 네. 그 소년은 바로 저랍니다. 저는 동화책을 무척 좋아했어요. 예전에 좋아했던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해서 여러분께 들려드리게 되어 너무나 기쁘답니다. 지금 손ㅇ 든 이 책은 '트롤과 염소 삼 형제'이야기예요. 처음에는 이백 년도 더 전에 느르웨이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였어요. 물론 그전부터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지요. 누군가 얘기를 전할 때마다 살짝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했어요. 어떨땐 아주조금만 바뀌고 또 어떨땐 아주 많이 바뀌기도 했지요. 어떤 이야기는 더해지고 어떤 이야기는 빠지기도 하고요. 그림도 없었어요. 책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림책이 생기기도 전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에는 그림이 있답니다. 바로 존 클라센 작가가 그림을 그려주었어요. 여러분 저와 존이 만들어낸 새로운 트롤과 염소 삼형제 이야기를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맥 바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