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츠나구 1 -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 번의 해후 사자 츠나구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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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라고 해서 라이온인 줄 알았다. 이럴 때는 원제가 써 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사자'라고 쓰고 '츠나구'라고 읽는다고 하는데, '사자'는 '使者' 이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연결해 주는 중개인 정도?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츠나구는 10대 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츠나구를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그가 소년이라는 것에 놀라고, 진짜 죽은 자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츠나구는 의뢰인의 부탁을 받고 의뢰인이 만나길 희망하는 망자와 교섭한다.(P.283)

그들은 각자의 이유로 죽은 자와의 만남을 원한다. 만약 나에게도 츠나구와 연락을 할 수 있는 연락처를 알게 된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주변에서 죽은 사람이라면 20대의 젊은 나이에 먼저 가버린 친구들이 있고, 그리고 가까운 가족들 중 몇 명. 하지만 나는 그들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 속 의뢰인들은 각자의 이유로 죽은 자와 만나고 싶어한다. 갑자기 죽어버린 연예인 미즈시로 사오리를 만나고 싶었던 히라세 마나미는 낮은 자존감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생활하던 모습에서 조금은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세상이 불공평한 건 당연한 거야. 모두에게 평등하게 불공평해. 공평이라는 건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아."(P.42)

미즈시로 사오리가 했던 말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히라세에게 했던 이 말은 세상에서 자기만 불공평한 일을 당하고 있다 생각하던 히라세를 그래도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게 해준 힘이었을 것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연결해주고 만나게 하는 츠나구지만, "츠나구가 된 사람은 자신이 만나고 싶은 망자와 스스로 교섭할 수는 없"고, "다른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줄 수는 있지만, 본인을 위한 의뢰는 누구도 이루어줄 수 없"다. 한 번 츠나구가 되면 다음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을 물려줄 때까지. (P.291)

츠나구 소년은 츠나구로서 일을 하면서 츠나구라는 존재에 대해 알아간다. 실제로 나타나는 망자를 '복제품'으로 생각했을 때, 그건 망자에 대한 모독이 아닌지 고민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AI로 되살려내어 VR로 만나는 죽은 이에 대한 TV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저렇게까지 해서 만나야 할 이유가 있냐며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츠나구 소년이 생각하는 의구심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길을 잃은 사람들이 길을 찾고 싶어 매달리는 게 점술이지."

"츠나구도 그런 목적을 위해 존재하면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죽은 사람에 대한 모독 아닌가요? 실제로 죽은 사람은 그대로 잠들어 있는데 복제품이 자기를 대신한다는 거잖아요."(P.359)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츠나구란 무엇일까? 망자는 산 사람을 위해 존재해도 괜찮을걸까? 망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 산 사람의 이기적인 감정 아닐까? (P.374)

그것은 분명 누군가의 죽음을 소비한다는 의미에서 산 사람의 자기기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나 망자의 시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디에 있어도, 무엇을 해도, 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때로는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본 적 없는 신에 대한 믿음보다 절실하게 구체적인 누군가의 모습을 항상 곁에 두는 것이다.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들의 잔소리와 꾸짖음마저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P.375)

요즘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 보면 판타지적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고, 죽은 자와 산 자가 다시 만나는 내용도 많다. 인간이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그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회한으로,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그렇게 남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주변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여름 날 읽을만한 시간 순삭 소설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서 읽었고, 솔직한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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