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
루리 지음 / 비룡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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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그림책은 아무래도 먼저 손이 간다. 이번에는 루리작가의 메피스토. 그림책과 그래픽노블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림책은 작가의 상상과 생각을 가장 다양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외형을 담아내는 형식도 내용을 드러내는 형식도 그림책만큼 자유로울 수 있을까. 메피스토는 다양한 레이아웃에 악마와 소녀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그림책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의 화자인 메피스토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문학작품에서 메피스토를 변형하여 차용하고 있을 것이다. 떠돌이 개의 모습으로 지상으로 내려 온 메피스토는 귀가 들리지 않는 외톨이 소녀와 처음 마주하게 된다. 


"엣날 엣날에 신과 악마가 인간 하나를 두고 내기를 했어. 악마는 그를 타락시킬 수 있다고 했고, 신은 그를 구원할 수 있다고 했지. 악마나는 인간과 함께 온갖 못된 짓을 하고 다녔어. 이겼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신이 나타났어. 모두를 구하러 온 거야. 못된 짓을 한 인간도, 상처받은 인간도, 모두. 이야기는 그렇게 모두가 구원받고 행복하게 끝이 나는 듯했지. 악마 메피스토만 빼고." 


떠돌이개로 태어난 메피스토와 귀가 들리지 않는 외톨이 소녀의 만남. 이 둘은 서로의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다. 그림책은 둘의 이야기를 보여 준 다음, 개의 이야기, 소녀의 이야기, 개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그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지옥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물었어. 그곳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돼. 그래, 지옥에 가면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지내게 되겠지."


"천국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다시 물었어. 나도 몰라. 가장 좋아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살게 되려나. 그래, 그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 거야… 인간이 되고 싶냐고 네가 물었어. 나는 어째서인지 고개를 끄덕였어."


그들이 했던 행동과 장난은 소녀가 사진을 찍어 붙인 사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소녀는 늙어가고, 악마인 메피스토는 늙지 않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본다. 인간은 나이가 들고 늙어가면서 노화가 오고 치매가 오는 등 변화를 겪게 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메피스토는 괴롭다. 자신마저 잃기 시작한 소녀를 위해 메피스토는 금지된 마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소녀의 마음을 읽게 된 메피스토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악마인 메피스토가 떠돌이개로 태어났다는 설정을 떠나서 우리 곁의 반려견과 우리의 삶을 대입해볼 수도 있다. 깊은 울림을 주는 내용으로 생각꺼리가 많다. 어린이들과 읽어볼 수도 있지만, 어르신들과 함께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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