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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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을 여러 권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스타일은 아니다. 기존에 읽은 책들을 보면 처음엔 특이하기도 하고 짧으면서도 여운이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다만, 이런 형식의 책에 익숙하지 않다면... 여운보다 여백이 신경쓰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와 마타요시 나오키가 함께 쓴 책이다. 


"그 책은 표지에 두 남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책입니다. 어느 왕국에서 만든 책이죠. 그 책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요시카케 신스케와 마타요시 나오키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을 좋아하는 두 남자에게 왕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진귀한 책을 찾아와서 들려주기를 원한다. 두 남자는 경비를 받아들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1년 후 돌아와서 그 책에 대해 들려준다. 


첫째날 밤 마타요시 나오키는 이런 책을 소개한다. 엄청나게 빨리 달려서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책, 경찰에 쫓기는 책, 책장을 넘길 때 팔락 소리가 조금 일찍 나고 어떨 때는 넘기지도 않앗는데 팔락 소리가 나서 짜증이 나는 책 등등. 


둘째날 밤에는 요시타케 신스케가 이어간다. 태어날 때 한 권씩 나라에서 주는 책,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아이가 찢어버린 책, 어린 시절에만 읽고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책 등등.


두 남자는 상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책을 소개한다. 가끔은 호러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책을 싫어하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읽지 않앗지만 새로운 나를 만들어줄 책이기도 하고, 연쇄살인만큼 섬뜩한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가 내가 빌려준 책이 생각났다. 사람들은 굳이 읽지도 않을 거면서 책을 빌려달라고 하기도 한다. 정말 읽고 싶으면 사서 읽으라고. 도서관 가서 빌리던가. 왜 굳이 나한테 빌려달라고 하고선, 돌려주지 않는거지? 아마도 그들은 그 책을 빌려와서 누구에게 빌렸는지, 왜 빌렸는지, 저걸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조차 모른 채 어느 구석에 처박아놓았을 터이다. 언젠가 내 책을 돌려달라고 말했다가, '빌린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듣기도 했고, '이 책은 내 책'이라며 자기가 돈 주고 샀다는 말도 들었다. 빌려준 나로서는 기암할 일이었지만, 그런 사람과는 다시 안 만나면 그만이었다. 가끔 책을 빌려주면서 인간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 책은 꽃밭에 두면 사랑스러워보인다. 콘크리트 위에 두면 고독해 보인다. 정글에 두면 야생 동물처럼 보인다. 싫어하는 사람이 들고 있으면 재미없어 보인다. 웃는 사람이 들고 있으면 왠지 재미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책은 책장에 꽂아 놓으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순간, 책 내용은 똑같은데도." (p.58)


일곱째날 밤 마타요시 나오키의 책이야기는 기억에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케우치 하루와 미사키 신이치가 그림과 말풍선의 글로 주고 받은 교환일기가 이어진다. 그 책은 아무도 죽지 않는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긴 여운이 남는다.


여덟째날 밤 요시타케 신스케는 표지에 자신의 얼굴이 실려 있고 주소가 있고 sns계정도 공개된 책을 보았다. 개인정보가 모두 까발려진 책. 공포에 휩싸인 날이었다. 그러나 진짜 공포는 3개월 후에 찾아왔다. 그 책이 출판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자신의 생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아, 정말 공포스럽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나는 확실히 요시타케 신스케의 글보다 마타요시 나오키의 글이 더 마음에 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뭐랄까? 난 함축된 짧은 글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서툴다. 두가지 버전을 왔다갔다 하는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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