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요 - 명랑한 척하느라 힘겨운 내향성 인간을 위한 마음 처방
양스위엔 지음, 박영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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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며칠 전 대학 동기들을 만나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었다. 30년 전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또 10년 전후로 오랜만에 만난 터라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나마 그 10년이라는 시간도 경사보다는 주로 조사로 만났던 시간이기에 서로 웃고 떠들면서 안부를 묻기엔 마땅치 않았던 셈이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은 성격이지만 많은 이들이 나의 성격과는 정반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 동기들이 기억하는 나는 역시나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다들, 자신이 알고 있던 나의 모습과 실제 나의 성격이 다르다는 걸 알고 놀라워했다. 어쩌면 그 시절의 내 모습 중에서도 그들은 그들이 기억하고 싶은 모습만을 기억하는 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 제목처럼 나 역시 그들 앞에서 가면을 쓰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내향성 인간을 위한 책들을 몇 권 읽었다. 대표적인 게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였을 것이다. 어느 정도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일본인 저자의 책을 읽을 때 무거운 주제도 가볍게 다루고, 한 줄로 요약 가능한 주제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딱 지하철에서 들고 읽을 만한 책이다. 그런데 최근 좀 접하게 되는 중국인 저자들의 책도 그런 경향이 있다.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낯설지 않은 예화들이나 이론들을 자주 마주친다. 심각하게 주제를 파고드는 맛은 없지만 쑤욱 훑어가는 느낌이다. 이 책도 약간 그런 느낌이다. 


'외향성'은 심리학자 칼 융이 1912년에 펴낸 『심리유형』에서 '내향성'과 '외향성'의 개념을 처음 주장한데서 나왔다고 한다. 그는 '내향적'인 사람들은 에너지가 내부를 향하고, 혼자 있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에너지가 외부를 향하고, 사람과의 교제를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대부분 밝고 활발하다고 했다. (p.10)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회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내향적인 사람들이 설 곳이 좁아진다. 사회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성격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애써서 외향적으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자신의 본성과는 다르게 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런 척 하고 살아간다면 실제의 자신과 보여지는 나 사이의 간극은 더 커지고 힘들어진다. 


이 책은 그런 내향성 인간들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의 진실한 감정을 무시하지 말라. 그리고 당신도 활짝 웃을 수 있다고.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예로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당신은 이들 중 어느 부류에 속하는가? 그 모습은 진짜 당신 모습인가하고.


누가 봐도 외향적이고 밝은 사람도 스스로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거나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거나, 약에 취해 사는 모습 등을 보여줄 때 이런 걸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할까? 어쨌든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충만한 열정 이면에는 '감정 기여자' 또는 '감정 조력자'라고 하는 이미지가 겹쳐진다. 자기 감정의 필요는 무시한 채 다른 사람의 감정적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다. 감정에 민감한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디테일을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습관적으로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감히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일부터 시작해보자."(p.29)라고.


대부분 사람이 겪는 우울증은 실제로 자기억압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자기억압이란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성장기에 자기 표현이 항상 무시당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거부당하고 억압을 받으면 표현하지 않고 억압하게 된다.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고 취약성을 숨긴다. 저자는 우리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후 자신을 담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우리의 성장 과정을 단순하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포용적 환경과 파괴적 환경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나 다른 양육자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관심, 호응과 지지를 받은 사람은 세상이 안전하고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한다. 거부와 미움, 다툼으로 가득한 환경에서 자라면 이유 없이 위축되고 두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파괴적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필요와 이익을 자신보다 우선시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추는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요구를 잘 거절하지 못하고, 갈등이 생길까봐 두려워한다. 성격이 예민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까봐 두려워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 지 늘 신경 쓰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인간관계에서 주눅이 들어있어서 진짜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대인관계에서 '남의 기분을 맞추는 것'은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기분을 맞추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 수단으로 우리가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사용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추려는 동기가 자기계발이 아니라 두려움일 경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에 직면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소수라면 '무리에 잘 어울리지 못한다', '독특하다', '친구가 없다', '심리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등과 같은 평가를 많이 받는다. 이런 부정적 꼬리표는 내향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압박을 느끼게 하고 자기계발을 이룰 많은 기회를 놓치게 한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내향적인 사람이 사는 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는 성격을 바꾸려고 하지 말라고 말한다. 실험에 따르면 내향적인 사람은 특정한 목적이나 필요에 따라 외향적인 사람의 일부 기술을 학습을 통해 완전히 습득해 환경에 잘 융화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빌 게이츠가 아무리 사교 기술을 갈고닦는다고 해도 빌 클린턴이 될 수는 없고, 빌 클린턴이 혼자 컴퓨터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빌 게이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격을 바꿀 수도 없고 바꿀 필요도 없다.(p.78) 두번째는 성격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가진 특징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분야의 직업에 유리하다. 세번째는 자신의 성격을 온전히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라고 한다.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증명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다. 나를 괴롭히고 공격하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등 자기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대상의 특징을 따라 하여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미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p.141)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공격자와 동일시'라고 한다. '공격자와 동일시'하는 방어기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뚜렷한 경계 의식을 구축하지 못하면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어진다. 심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은 반드시 현실에서 반복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고 한다. 경계의식을 뚜렷이 하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알려준다. '아니요'라고 말하라. 외부에 투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라. 중요한 것은 '틀려도 괜찮다'는 신념이다.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심리적 욕구는 자기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삶과 자아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해여 내면의 활력과 창의력도 발현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절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부정적인 감정이 터져나오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억누를수록 반항심은 더욱 커진다. 직장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다. 좋은 상사,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no'라고 말하지 않는다. 결국 곪을만큼 곪은 후에야 터져나오기 마련인데, 그때는 이미 관계 회복은 물론 업무에 있어서도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후이다. 


나의 감정을 잘 알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 책이다. 사례별로 나뉘어 있어 어딜 펼쳐서 읽어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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