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이렇게! - 어린이 고민 상담소
이태윤 지음, 김석주 그림 / 청림Life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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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히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일부러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채널을 돌리다보면 가끔 보게 된다. 프로그램의 장단점이나 오은영박사의 처방이나 진단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 어쨌든 거기 등장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바가 많다.

아이들이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보면, 그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나 우려를 머쓱하게 만들 때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러한 자기 고민을 털어놓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이해받을 수 있는 상대가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이상행동들을 계속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것 역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며 정답이 아닌 것을 안다.)

나는 그럴 때,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나 라고 생각해본다. 내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대답이나 피드백이나 코칭은 돌아죄 않겠지만,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흥분이나 화, 초조함과 불안 등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사람마다 아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표현하는데 많이 서투르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고민 일기장'을 써보는 것은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2~3년 가까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스크를 벗고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현실 세계로의 전환은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지도 모른다. 이럴 때 상대를 이해하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고민 일기장 사용법

1. 아이에게 질문과 같은 일을 겪었는지 물어보세요. 없다면 이런 친구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그럼 말하기 힘든 자신의 고민을 친구의 일에 빗대어 솔직하게 적을 수 있습니다.

2. 글쓰기를 힘들어한다면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토대로 첫 문장을 대신 적어 주세요. 아이들은 부모님이 글 쓰는 과정을 보면서 글쓰기에 흥미를 붙이기도 합니다.

3.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하고 물어보세요. 행동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생각하면 고민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힘이 생깁니다.

4.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고 하면 “만약 친구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니?” “어떻게 도와주고 싶니?" 하고 물어보세요. 아이와 가까운 친구를 예로 들면 아이가 상황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p.7)


이 책의 서두에는 [나의 고민 일기장 사용법]이 나오는데, 이것은 독자 대상이 양육자 또는 교사이다. 책 전체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여졌는데, 딱 이 부분만 다르다. 이 사용법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 식으로 썼다면 어색하지 않았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업시간, 학교생활, 내 마음, 친구 관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당연한 것들조차 지금의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펜데믹을 겪으며 대학생들도 학교 행사나 OT, MT 같은 공식 행사를 경험한 적이 없고 선배들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하는 실정인데 어린이들은 더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알려주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가정을 당분간은 해야 할 것 같다.

책에서 예로 든 내용들은 저학년보다는 3학년 이상이 읽고 활용하면 좋겠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글로 쓰기보다 양육자나 교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나의 고민 일기장에 내용을 작성한다.

예를 들어 "발표할 때 틀린 담을 말하거나, 친구들이 놀릴까 봐 걱정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1)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를 떠올리며 나의 마음을 써 본다. 2) 없다면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지 써본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었다면 다시 확인해 보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연습할 수 있다. 없다면 그런 상황을 상상해보고 어떻게 할 지 생각해본다. 사실 두 번째 방법은 어린이들이 또래들이 주인공인 동화나 이야기 등을 많이 읽고 간접 경험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가까이하라는 것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고민을 어떻게 들어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양육자와 아이가 이런 주제로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스스로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해봄으로써 생각도 정리하고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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