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 - 비문을 쓰고도 모르는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글쓰기 법칙
이연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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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원들이 쓴 대외문서를 교정하는 일을 가끔 한다. 특별히 내가 글을 잘 써서라기보다 가장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문장 호응 정도만 봐주는 편이다. 솔직히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하면 '너는 얼마나 잘 쓰길래'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대놓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표정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나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특히 블로그 글을 쓸 때는 퇴고(거창하게 퇴고랄 것도 없지만)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오탈자는 물론이고 앞뒤 문장 호응이 되지 않는 글이 많다. 한 번만 다시 읽어도 고칠 수 있는 것들인데... 시간이 없어서라고....변명을 해본다.


어쨌든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손에 들어올 이유가 충분했다. 수시로 점검하고 기억해서 자연스럽게 내 글이 비문이나 번역투 문장으로 가득차지 않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의 고민이 드러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의 정보 검색 실력은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가히 압도적이다. 몇 번의 타자와 클릭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은 당연히 제대로 된 글을 쓸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간편하고 편리해진 것은 맞지만, 정보생산자와 정보소비자로 딱 나누어진 느낌이다. 요즘은 정보생산자의 역할마저 AI에게 전가되고 있으니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문법에 맞는 글을 위한 비법'과 '오류 없는 글을 위한 비법', 그리고 '모양이 비슷해서 틀리기 쉬운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를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의 이유와 같다. 내가 20여 년 전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을 때 가장 강조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한국어에서 주어가 자주 생략되기 때문에 주어보다 서술어에 집중하라. 한국어의 서술어는 맨 마지막에 있으니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모든 문장은 글쓴이의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즉 생각을 의도대로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된 문장을 쓰는 것은 어렵다. 문장은 최소 하나 이상의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지며, 여러 개의 주어와 서술어를 사용하면 길고 다양한 문장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서술어는 문장 맨 끝에 있는 서술어이다. 또한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은 문법에 맞는 문장을 작성하는 기본이다. 여러 개의 주어와 서술어를 잘 다스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문장을 쪼개는 것이 낫다. 


내가 우리 직원들의 글을 고쳐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로 문장 쪼개기이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맞지 않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문장을 잘라준다. 문장을 짧게 자르는 것만으로도 훨씬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된다.


또한 요즘 젊은 세대들이 쓰는 단어들을 보면 과도하게 생략하거나 줄여서 쓰는 말이 많다. 입말로 굳어진 표현들은 글을 쓸 때도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다. 쓰기에서는 불필요하게 줄여쓰거나 생략하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다. 


유창한 글쓰기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어휘다. 한국사람이라고해서 국어사전을 보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낱말을 제대로 쓰기만 해도 좋은 글이 된다. 그리고 간편하고 익숙한 낱말이라고 해서 그대로 쓰기보다 명확한 표현을 찾아 쓰는 편이 더 낫다. 


"문맥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문장으로 거는 첫걸음이다. 글을 쓸 때만이라도 좋으니 국어 사전을 가까이하고 자신이 고른 어휘를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단어의 명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문장을 작성하는 행위나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마음가짐은 틀린 문장을 쓰는 지름길이다."(p.66) 


그렇다면 오류 없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저자는 누락된 문장성분 점검하기, 핵심메시지 점검하기, 어색한 표현의 오남용 점검하기, 반복되는 유사 표현 점검하기, 구어체와 문어체 구분하기, 어휘의 원래 의미 점검하기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틀리기 쉬운 맞춤법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아래에 제시한 것을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헷갈리는 단어들임을 알 수 있다. 가끔 책을 펼쳐 읽으면서 머릿속에 조금씩 저장해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뵈요 vs 봬요 / 되다 vs 돼다   

어간 뵈, 되 뒤에 -어를 넣어서 자연스러우면 '봬, 돼' 어색하면 '뵈, 되'


가르치다 vs 가르키다 vs 가리키다

배움을 주면 가르치다, 지칭이나 지정하면 가리키다


왠 vs 왠

'왠지'만 빼면 거의 '웬지'


나아 vs 낳아

낳다는 낫다처럼 모음 앞에서 받침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vs 어떡해 vs 어떻해

어떡해는 '어떻게 해'의 줄임말이다


반듯이 vs 반드시

반듯하게는 반듯이, 틀림없이는 반드시


밤새다 vs 밤새우다

날이 밝으면 밤새다, 잠의 의미가 있으면 밤새우다


설렘 vs 설레임

설레다만 맞는 표현, 설레이다는 틀린 표현


부딪히다 vs 부딪치다

자발성과 주체성이 없으면 부딪히다, 있으면 부딪치다


맞추다 vs 맞히다

비교하는 건 맞추다, 틀리지 않거나 대상에 닿으면 맞히다


결재 vs 결제

서류와 관련 있으면 결재, 돈과 관련 있으면 결제


이었다 vs 이였다

이였다는 틀린 표현


–든 vs –던

선택 택일이면 든, 시간이면 던


들르다 vs 들리다

들르다는 오직 '경우하다'의 뜻만 있음


안 vs 않

'아니'가 말이 되면 '안', 말이 안되면 '않'


염두에 vs 염두해

염두하다는 한국어에 없는 표현


삼가다 vs 삼가하다

삼가하다는 틀린 표현


때우다 vs 떼우다

때우다만 사용


이따가 vs 있다가

잠시 후에는 이따가, 머무르다는 있다가


일부러 vs 일부로

일부로는 일부러의 잘못된 표기


-을(ㄹ)게 vs -을(ㄹ)께 / - 거 vs - 꺼

발음은 된소리가 나도 표기는 된소리가 아니다


금세 vs 금새

금세는 금시에


아니요 vs 아니오

문장종결어미는 오만 있다, 감탄사 '예'는 '아니요'만 대응


며칠 vs 몇일 

표준어는 며칠


피우다 vs 피다

피다 앞에 목적어가 오면 피우다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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