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속의 바다 - 200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2
케빈 헹크스 지음, 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올리브의 일기장 쪽지를 받아든 마사의 여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올리브의 꿈과, 바다를 보고 싶다는 아주 작은 소원을 기록한 일기장의 한 부분, <나의 희망>이라는 제목을 단 그 일기장 쪽지 말이다. 반에서 그렇게 눈에 띄지 않던 올리브의 내면을 단적으로 보여준 그 쪽지를 마사가 소유(?)함으로써, 마사는 자신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간에 올리브와 마사, 이렇게 두 명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문학소녀...라는 단어가 입가에 맴돌았다. 죽은 올리브도,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여름 속의 마사도 문학소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 역시도 중고등학생 시절 문학소녀를 꿈꾸며 작가가 되기를 소망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문학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던가. 그래서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제법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현실에 부딪치고 삭막하게 살아가면서 그 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마사의 여름은, 그렇게 한 친구의 죽음과 더불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지루하던 장마가 이제 끝났나보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마사와 올리브의 바다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사실, 성장기 소녀들의 고민이라는 게 어찌 보면 평생 해야 하는 고민 중의 일부기는 하지만, 인생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의 고민이기에 그 고민의 깊이는 깊기만 하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진학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이런 고민이나마 제대로 하고 있을까 의문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그저 대학진학이라는 장애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마사는,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다.

가장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작가'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는 아빠의 결심은 가족들에게 오히려 환영을 받는다. (작가를 포기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들겠다고 한 다음날 아침의 풍경을 보라.) 우리는 언제나 현실과 이상 앞에서 갈팡질팡한다. 그러나, 사춘기의 마사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그녀만의 특권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 시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고민. 생업전선에 뛰어든 뒤에는 방해만 되는 그런 고민이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 시기를 열정적으로 보내는 고민인 것이다.

이 책은, 마사의 성장기 고민을 풀어낸 아주 조용한 책이다. 여름날 지미와의 만남은, 불순한 지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마사에게 사랑, 가족, 그리고 죽음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마사에게 상처를 준 지미지만, 지미의 꿈을 향한 열정은 누구못지 않게 열정적이다.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만 마사를 바라보았던 테이트도 '사랑'과 '우정'을 모두 낚은 이 여름을 기억할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성장기 소년소녀들의 고민치고는 꽤 조용한 흐름을 가진 책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사랑과 희망(꿈)외에도 죽음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마사가 올리브를 생각하며 병에 담은 바다는, 그냥 바다가 아니다. 올리브의 꿈, 마사의 꿈을 담은 바다이고, 이 여름의 기억을 담은 바다이다. 이 비밀스러운 바다를 통해 마사는 한단계 더 성숙하게 된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을 담은 병속의 바다는 지금쯤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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