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



요즘도 가끔 바퀴벌레가 보이기는 하던데... 내가 어렸을 때는 더 많이 보였었다. 지금이야 해충박멸하는 세x코 같은 업체도 있고, 가정용 해충박멸약도 많고, 아파트에서는 때되면 소독도 하고 하니 잘 보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여름이면 집 앞 마당 평상에서 잘 때가 많았다. 집 앞 마당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길 어귀였다. 응답하라 시리즈 보면 나오는 집 앞 골목에 있는 평상 같은... 거기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잠들곤 했는데, 가끔 얼굴이나 팔 어디쯤에 커다란 무언가가 툭 떨어지곤 했다. 날아다니는 바퀴벌레... (혹은 옆 무화과 나무 위에서 떨어진)였다. 그러니 당연히 내 기억 속의 바퀴벌레는 더럽고 징그럽고 보기 싫은 존재일 수밖에...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바퀴벌레의 매력에 빠진 한 사람이 등장한다. 아니, 바퀴벌레를 애완용으로 키운다고 하는데 우웩... 왜? 이런 의문을 갖고 펼쳐보았다.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생물의 한 종인데 왜 바퀴벌레는 미움받을까? 그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순수하게 바퀴벌레의 성질이 싫다기보다 '모두가 싫어하는 존재', '해충',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이미지가 거대한 혐오감으로 뭉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퀴벌레가 싫다는 사람조차 '싫다'라는 자기감정을 의심하며 '바퀴벌레는 왜 미움받을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바퀴벌레가 꺼림칙하다면 부디 '왜 싫어하는지'를 곱씹어보길 바란다. 머릿속에서 실제 감정 이상으로 혐오감을 부풀리고 있는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자."(p.21) 라고. 


바퀴벌레를 해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다가, 무서워하고 소름돋게 싫어하고 할만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면 또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바퀴벌레를 대하는 마음 역시 '혐오' 감정에 해당한다면 바퀴벌레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바퀴벌레는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

"바퀴벌레는 사람을 공격한다." 


바퀴벌레에 대한 괴담이다. 음, 괴담이라면 사실이 아니란 말일까? 위의 두 가지는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바퀴벌레가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알집을 달고 다니기 때문에 슬리퍼로 내리치거나 약을 뿌리면 그 알집이 떨어져 나온다고 한다. 뭐,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 것은 아니지만 알이 그때 떨어져나오는 것은 맞는 것 같군. 그리고 한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는 것은 비번하게 나타날 경우 해충박멸업체에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음...어쨌든 있을 수 있다는 말인데??) 그리고 마지막,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은.... 사람을 적당한 높이의 착지점 정도로 여겼을 거라고 한다. 공격의 의도는 없었다는... 그래도 그 여름밤 내 얼굴 위로 떨어졌던 그 감촉은 정말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촉이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바퀴벌레를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바퀴벌레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바퀴벌레'이기는 하지만 '바퀴벌레'처럼 안 보이는 아이들이 엄청 많았다. 그렇다면 나도 그게 '바퀴벌레'라고 혐오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역시 외모가 중요한 것인가? (아 --;; 그래도 시커멓고 커다란 그 바퀴벌레는 싫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이 저자가 알고 있는 수많은 바퀴벌레들은 일반인들도 그다지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은 특정 형태(색이나 크기)의 바퀴벌레는 저자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실내에 출몰하는 바퀴벌레는 배수구, 싱크대 등 잡균이 많은 장소를 통과했을 수도 있고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잡식성이므로 온갖 병원체를 운반할 수도 있다. 또 숲 속에 서식한다고 해도 어디서 무얼 먹고 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요소는 모든 생명체에 잠재해 있는 것으로 바퀴벌레에만 한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바퀴벌레에만 한정된 위험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므로 거북이, 물고기 등 야생의 생물을 만지고 나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p.43)라고.


그러면 이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 왜 바퀴벌레를 연구하고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 졸업 후 자연환경을 공부하는 전문학교에 입학한 저자는 막연히 생물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곤충자연관찰공원의 '곤충관' 구인을 보고 입사를 지원하여 채용되었다고 한다. 곤충관 직원들의 주요 업무를 '생물 사육, 전시 제작, 이벤트 운영'으로 나눈다고 한다. '생물 사육'은 곤충관의 무수히 많은 생물을 매일 보살피는 일이다. '전시제작'은 사육 중인 생물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잘 보이도록 조정한다. '이벤트 운영'은 곤충관찰교실, 사육방법교실 등과 같은 이벤트를 운영한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바퀴벌레'를 혐오하지 말라는 이야기 뿐만 아니아 곤충관에서 일하는 직업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청소년이라면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소재가 '바퀴벌레'라는 것보다 '곤충'으로서의 바퀴벌레를 바라보면 좋겠다. 그리고 곤충과 관련 있는 직업으로서도 살펴보길 바란다. 


저자는 곤충관 업무의 일환으로 곤충 중심의 사진 촬영과 사육 개체 채집을 위해 야에야마 열도(깊은 원생림 정글로 희귀생물이 많이 서식한다)에 방문한다. 그리고 여기서 히메마루바퀴와 처음 만나게 된다. 저자는 처음 사육하는 종은 인터넷에서 사육 정보를 찾거나 선례를 참고하는데 이 바퀴벌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매뉴얼이 모든 걸 보장하지는 않는다. 같은 종이라도 개체 차이가 있고 사육환경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책을 통해 곤충을 다루는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해충으로서의 '바퀴벌레'만을 알고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이야기였다. 다만, 학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의 이름을 일본어 그대로 읽어서 번역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이 없다고 한다면 학명으로 표기했으면 어떨까? 일본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이 아닌 이상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