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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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

흔히 공감이라 하면 '남의 아픔이나 슬픔, 고통,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까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느낌과 감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은 적어도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눌 수 있다. "정서적 공감이란 쉽게 말해 감정이입이다. 즉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하고 쉽고 자동적이다.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관점(입장,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역지사지가 알맞은 표현이다. 한대 정서적 공감과 달리 자동적이지 않아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p.20)

우리는 누구나 공감뉴런을 갖고 태어나는데, 남이 하는 어떤 행동을 내가 보기만 해도 내가 그행동을 할 때 내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동일하게 경험하는 작용을 한다. 인간이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나의 것으로 이해하는데서 도덕관념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거울 뉴런계의 작동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공감에 대해서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즉, 가족과 친지의 고통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공감하지만, 그 이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p.28) 전쟁도 공감과 매우 흥미로운 관계를 지닌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내집단인 '우리'에 대해서만 강한 정서적 공감이 일어날 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자는 "전쟁은 공감 부족 때문이 아니라 외집단보다 내집단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지나치게 강해서 발생하는 비극일지 모른다."(p.29)고 말한다. 즉 과잉공감이 비인간화를 부른다. 

외집단에 속한 인간을 인간 이하로 착각하는 현상을 '비인간화'라고 부른다. 이라크전에서 이라크 군인들을 비안간화하고, 인종학살의 가해자는 피해자를 '해충'이라고 불렀고, 노예는 길들여진 짐승으로, 원주민은 야만인, 이민자들은 전염병처럼 취급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의 대유행에서 우리는 혐오의 대유행을 보았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교육만큼이나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관계도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우정'이다. 인간은 놀이 목록에 역할놀이를 추가하여 감정이입과 역지사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그런 기회를 박탈당했다. 아이들의 사회적 삶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의 원심력을 길러야 한다. 비대면 수업이 당연해진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인류에게 매우 절실한 생존 무기였을 것이다. 집단 생활에서는 모든 일을 혼자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을 유지하고 분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커진다.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시간을 써야 한다. 집단이 커진만큼 비용과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하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인간은 타인의 생각과 의도를 읽는 복잡한 추론 과정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고 집단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결국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마음 상태를 잘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갖는 능력이다. 인지적 공감은 정서적 공감만 있을 때와 달리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변화의 근거로서 작용할 수 있다. "정서적 공감이 따뜻한 감정의 힘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따뜻한 사고의 힘이다. 인지적 공감은 공감의 원심력을 강화해 공감의 반경을 넒힌다. 다만 정서적 공감이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자동으로 발현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인지적 공감은 더 고차원의 인지 작용이며 따라서 인지 부하가 많이 걸린다. 의식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인지적 공감을 활성화하려면 인간 본성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주의 깊은 통찰과 이에 기반한 처방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느낌의 공동체가 아니라 사고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p.160)

공감의 반경을 넓혀라. 공감력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지만, 그것을 제대로 싹 튀우려면 자극과 경험이 필요하다. 내집단 뿜만 아니라 외집단까지 공감 본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으로 감정과 사고를 재평가하도록 한다면 먼훗날에는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별하는 행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공감을 배울 수 있고 타고난 공감력을 더 크게 키울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독서가 공감력을 키운다고 한다. 쏟아지는 정보의 폭포 속에서 검색력은 화려해졌지만 사고력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여전히 '빠른 정보 습득'을 최고의 학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독서는 느리고 진부한 학습법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진짜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건설적인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느린 인지 과정을 통해 발현된다. 이를 위해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책은 느린 생각에 최적화되어있다. 책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느리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영화나 TV를 보면서 몰입할 때는 뇌의 시각 피질만을 활용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뇌 전체를 활성화하고 활용한다. 그러면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기존에는 연결하지 않았던 지식들도 연결해본다. 독서는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사고력과 글을 이해하느 과정에서 남의 생각, 감정, 지식 등을 타인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공감력을 기를 수 있게 한다. 또한 뇌는 경험과 학습에 따라 많이 변할 수 있다는 '가소성'을 갖고 있는데 이 가소성의 원천이 바로 독서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감 능력이란 어떤 것이며, 외집단으로 향한 혐오를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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