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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을 뒤집어쓴 미미 ㅣ 그림책 도서관 5
율리아 케겔 그림, 도리스 되리 글, 오석균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옷장을 뒤져 스타킹을 뒤집어 써서 긴 머리를 만들고, 셔츠로 치마도 만들고 엄마의 노란구두까지 신은 미미는 얼마전에 읽은 동화책 주인공 이름인 [안나]가 되어 엄마, 아빠를 만난다. 미미가 아닌 안나는, 미미의 집에서 미미의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아닌 남의 눈]으로 '미미' 자신을 바라본다.
사실, 미미가 스스로 미미가 아닌 안나가 되겠다고 결심한 부분부터 나는 우스웠다. 아이들이란, 정말 재미있어. 어떻게 자기가 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까? 알고 보면 이건 일종의 역할놀이가 되는 셈인데, 그것이 아이들의 소꿉놀이나 병원놀이처럼 약속된 역할놀이가 아니라 혼자서 시도한다는 점에서 특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미의 엄마와 아빠는 [미미가 아닌 안나]의 방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안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미미가 아닌 안나]는 미미의 집에서 미미의 습관이나 행동에 대해 안나의 눈으로 보기 시작하고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눈다. 미미로서는 할 수 없는 말도 안나기 때문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엄마는 미미가 왜 신발을 신을 때 시간을 끄는지도 알게 되었고, 미미가 싫어하는 음식도 안나가 되어서는 먹기도 하고, 미미가 어질러놓은 방을 치우면서 평소 습관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미가 안나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미미의 그림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된다. 만약 현실의 문제였다면, 미미는 계속 숨기기 어려웠을 것이고, 엄마, 아빠도 가만 두고 보았을 리 없는 문제지만, 자신이 아닌 남의 눈으로 상황을 한 번 정리 한 뒤라 그런지 엄마 아빠의 해결방법도 달라졌다.
아이들도 어떤 행동이 옳은 지 옳지 않은지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행동에 적용시키는데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남의 결점은 눈에 잘 보이지만 자신의 결점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 그것을 내가 아닌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개선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황당한 설정이지만, 가끔, 우리 아이에게도 내가 아닌 남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해 줄 필요가 있어보인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는 나이의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효과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