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 - 인간관계가 힘든 당신을 위한 유쾌한 심리학 공부
김경일.사피엔스 스튜디오 지음 / 샘터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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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가끔 보는 주제가 동일하다 보니 추천되는 영상들도 늘 어느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중에서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 동영상도 그렇게 해서 보게 되는 영상 중의 하나이다. 참 말씀을 잘하시고, 귀에 그리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받았을 때 아무 고민 없이 손에 들었다.


나는,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을 때 그들이 [마치 이것을 안 하면 큰일 난다]거나 [이걸 하는 네가 최고야]라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나의 불안감을 고조시켜 장사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 책 [타인의 마음]의 첫 꼭지는 '누군가를 조종하는 사람의 심리'이다. 


가스라이트, 그루밍, 생각의 무기력, 의지 거세 ---> 주제마다 이런 해시태그를 붙여 놓아서 그 주제가 다루는 사회적 현상이나 사회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단어를 확인하게 하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음. 주제와 중심 단어를 알고 읽는 셈이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완뱍히 지배하는 것을 가스라이팅이라고 합니다."(p.20) 심리학에서는 '그루밍'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쓴다고 한다. 가스라이팅이나 그루밍은 모두 상대에게 '너는 이런 사람'이라는 암시를 준다. 이 암시는 대부분 부정적인 암시로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회사 내에 이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해 봐야 안 된다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옮겨놓는다.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커리어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경험 많은 사람, 사람 좋은 선배의 얼굴을 하고 후배들에게 부정적인 암시를 한다. 당연히 이들은 변화나 새로운 시도를 싫어한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나니까 이렇게 알려주는 거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친절로 포장한 말들 속에서 가스라이팅은 의외로 부드럽게 일어난다"(p.23)고. 정말 경계해야 할 일이다. 

어떤 지식을 알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그 지식이나 경험을 언제 했는가까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을 '소스 메모리'라고 한다. 그런데 인간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이 소스 메모리이기도 하다. 이걸 이용해 가스라이터는 기억을 능숙하게 편집한다. "네가 내 말을 잘 들었을 때" 좋았다고 인식하게 하고 반복적으로 기억의 소스를 편집하여 상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다. 쓴소리와 가스라이팅을 구분할 수 없다면 그 말을 듣고 '뭘 해야겠다'는 대안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겠다'는 대안 없는 결론이 나온다면 가스라이팅을 의심해볼 만하다. 말하는 이가 의도를 분명히 전달하고 쓴소리를 하면 충고가 되지만, 감정을 드러낸 뒤 자기 입장을 합리화하면 가스라이팅 식의 대화가 되기 쉽다. (p.26~33 요약)

나는 첫 번째 주제에서 오랫동안 넘어가지 못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이 가장 흔하게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 혹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스라이팅은 어떤 특정한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라 누구나 자행할 수 있고,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데까지 생각이 이르지는 못했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혹시 내가 직장에서, 사회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나를 기운 빠지게 하는 비관적인 사람의 심리

잦은 불행, 비관과 비판, 착한 얼굴 뒤 비관론자

비관은 성격이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고 한다. 심리검사에서 비판적 사고는 사실에 기초해서 타당한 대안을 선호하는 경향이지만, 비관은 항목 자체가 없다. 즉 비관은 출생 이후 형성된 습관이라는 것이다. 

"비관적인 사람은 결과가 어떻든 무작정 안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비판적인 사람은 '이렇게 하면 이런 과정을 거쳐 결과가 안 좋을 거야'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p.70)이라고 한다. "비관적인 사람은 지금 주어진 상태, 그다음의 과정,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의 노력, 이 세 가지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해 봐야 안 돼'라고 말합니다. 반명, 비판적인 사람은 상태, 과정, 노력 등 여러 가지를 모두 고려한 뒤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는 결론을 냅니다. 그래서 '비판적이다'의 반대말에는 낙관과 비관이 다 들어갑니다. 대책 없는 낙관과 대책 없는 비관은 모두 비판의 반대말인 것이지요."(p.70~71)


조직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도전하고자 제안하는 사람은 일정 부분 악역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악역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잔소리를 하는 사람과 쓴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잔소리는 주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을 때 듣고, 쓴소리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듣는다. 그래서 지금껏 한 적 없는 새로운 것을 하자는 제안은 쓴소리에 해당한다. 조직에서는 이 두 유형이 모두 필요하다. 잔소리하는 사람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을 막아주고, 쓴소리하는 사람은 필요한 변화를 끌어낸다. "바꿔도 안 돼, 하던 대로 하자"며 편안함 뒤에 숨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착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들을 욕하지 않는다. 욕하거나 비판할 일이 없으니 자주 만나고,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것이 착한 얼굴을 한 비관론자가 더 위험한 이유이다. 

사람들이 비관에 빠지는 이유를 저자는 '잦은 불행을 겪으며 자신의 비관적 예측이 맞았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스스로 비관적으로 예측하고 최악의 자기 암시를 통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한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반사회적 인격장애, 정서 전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크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로 나눈다. 나르시시스트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말에 의아했다. 그게 그렇게 나쁜 거야? 심리학에서는 자기애를 넘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을 나르시시스트라고 하며,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관계가 있다면 끊어야 하는 사람 1순위라고 한다. 나르시시즘은 죄의식과 감정이 전혀 없는 사이코패스와 내 마음대로 사람을 조종하고 싶어 하는 마키아벨리즘과 함께 3대 인격 장애로 꼽힌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 잘나야' 하므로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어 격리되기도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는 멀쩡히 거리를 돌아다니므로 더 위험한 존재라고 말한다. 나르시시스트가 성취감을 느끼려면 '내가 잘했어야'하고 '남이 못했어야'한다. 그래서 자신과 대립하는 모든 사람을 나쁘다고 생각하고 또 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여론 선동하기도 한다. 

아, 여기까지 읽고 나니... 정말 위험한 나르시시스트들을 요즘 계속 보고 있다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특정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고, 주변을 선동하여 고립시키고,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인간들 말이다. ---> 위험한 나르시시스트들... 반대되는 의견을 들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릇된 생각이나 욕망에 물드는 자신을 경계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칭찬 자린고비들을 위한 조언

과소평가, 의도하지 않은 칭찬, 자율성

사람들이 칭찬에 인색한 이유는 칭찬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칭찬하거나 칭찬받은 경험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하는 칭찬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얼마나 긍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상상해보자. 칭찬이 어렵다면 그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칭찬을 잘하는 방법은 그저 잘했다고 하지 말고,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면 구체적인 대화로 이어지기 쉽다. 또 상대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칭찬하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했을 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언제 칭찬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까? 그것은 칭찬을 많이 해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 만한 것이 있는데 바로 MBTI에 대한 것이다. 마치 MBTI가 만능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라 도대체 이 심리검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궁금했다. MBTI의 신뢰도나 타당도에 문제가 있음에도 이 심리검사에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게임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어쨌든 MBTI가 내 성격을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타인의 심리'를 알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타인의 심리를 읽는 이 시간을, 내 입장이 아닌 그 사람의 관점에서 상대의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볼 수 있는 계기'(P.303)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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