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커버 특별판, 양장)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가끔 과학에세이 정도는 찾아 읽는편이라 이 책도 올해 초에 구입을 했지만, 정작 이 책을 읽은 것은 10월 들어서서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나는 이 사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성학'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적도 없고, 특히 나는 '생물' 과목을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어떤 비유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인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렸을 때 천체의 이름과 의미에 호기심이 생겼고 밤하늘에 질서를 부여하였다. 그 일이 끝나자 지도 만들기에 집중을 했고, 이후에는 식물의 학명과 종을 알아내는 것에 열중했다. 

"작은 것들은 아름답지는 않아도, 단 한 종류의 큰 꽃 백 송이보다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있는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p.28)

열정적인 노예제 폐지론자였던 형 루퍼스가 북부연방군에 입대하려고 집을 떠났다가 훈련소에서 군대열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이 경험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에도 꽤 많은 영향을 미친 듯했다. 나중에 그가 평화주의자가 되어 벌이는 일들은 이 일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그가 평화주의자가 된데는 다른 이유, 즉 전쟁이 우수한 인재들을 다 죽게 만들어 그 자리를 열등한 인간들이 차지하게 된다는 우려가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루퍼스가 죽은 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수집에 더 열중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자들은 "수집 습관이 모종의 박탈 혹은 상실 혹은 취약성이 발생한 후 급격히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새롭게 하나를 수집할 때마다 수집가에게는 폭발적인 도취감을 주는 무한한 힘의 환상이 흘러넘친다고 말했다. 뮌스터 버거가 지적하듯 유일한 위험은 여느 강박과 마찬가지로 수집 습관이 신나는 일에서 파멸적인 일로 바뀌는 어떤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p.31)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덮었을 때, 그의 강박적인 수집 성향이 어떤 파멸적인 일로 바뀌었는지 알게 되었다. 프랜시스 골턴이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우생학'을 이야기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무시하였지만 데이비드는 가장 앞장서서 큰 소리로 옹호했다. 그리고 그는 죽는 날까지 열광적인 우생학자로 남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은, 룰루 밀러의 삶이 내게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데이비드의 삶을 좇는 여정이 룰루 밀러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나는 이 부분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과학자의 딸인 나로서는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나는 과학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깨닫는다.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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