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2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불편한 편의점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동아리 모임 도서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도 '불편한 편의점2' 있냐고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구입해놓았다. 앞선 '불편한 편의점'에서 독고씨의 마지막 행선지가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였다. 


불편한 편의점 2는 코로나 시국이 때로는 배경처럼,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그렇게 등장한다. 문학 뿐만 아니라 많은 미디어와 예술계가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있을까? 앞으로 당분간은 펜데믹 상황을 배경이나 사건으로 상정하는 작품이 나올 것이다.



정 군의 용건이 퇴사는 아니었지만 선숙은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제저녁 한 사내가 찾아와 야간 알바로 일하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점장님이 계신 낮에 다시 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왜 내 번호로 연락을 하라고 하지않았냐고 선숙이 묻자, 정 군이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흥분한 나머지 선숙은 지금 야간알바 다급한 걸 모르냐? 내 전화번호 알려주는 게 모슨 힘든 일이라고 그거 하나 못하냐? 마구 쏘아붙였다. 이에 정군이 당황해하며 자기는 점장님 쉬는 시간에 전화받기 싫어하실 것 같아 안 알렸다고 답했다. 거짓말이다. 그냥 귀찮았을 뿐이다. 무신경하고 관심이 없을 뿐이다. 일하는 가게에 문제가 생겨도 동료가 곤란해져도 자기 시급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p.33~34) 


이 페이지를 읽는데,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훅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선숙 점장의 마음이 읽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저런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물론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이란 그랬다고 한다. 라떼는~~을 시전하지 않더라도 세대차이를 저런 태도와 성향에서 직면하게 된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 불쑥 불쑥 예고없이 들어오는 문장이다. 업무분장표에 적혀있지 않으면 '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일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세트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있고, 또 어떤 일은 '내 일은 아니지'만 내가 하면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음...."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직업이라고 하자. 이것에 모두 해당하는 교집합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 교집합을 찾으면 돼. 그러니까 특기가 꿈이고 그게 직업이 돼서 돈도 벌면 최곤거지."(143~144)


편의점에 전편의 독고와 비슷한 '홍금보'가 야간 알바를 하고 있다. 묘하게 독고와 닮아 있는 '홍금보'의 실체는 뒤에 가면 나온다. 편의점에 오는 동네 주민들은 홍금보와 옥수수수염차를 먹으며, 혹은 폐기 음식을 먹으며 다시 삶을 찾아간다. 홍금보는 어떤 사람일까? 민규가 편의점에서 투플러스원 상품을 사서 시간을 떼우는 동안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책을 추천해주거나 독서토론을 하거나 하는데서 그의 전직을 짐작해보기도 한다. 밍기뉴란 별명을 갖게 된 민규는 이제 편의점이 아닌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확실히 이런 구성과 내용은 지나치게 '교훈적'이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p.186)


"각자를 자각해야 각각이 되는거야. 가족이자 각각이어야 오래 갈 수 있는 거고."(p.255)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p.281)


특히 이번 책에서는 염여사의 아들, 강사장이 변화한다. 사업을 벌이다 뒤통수를 맞은 후 다시 사업을 준비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마저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책의 말미에서 확실히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전부 '긍정'과 '희망'를 찾아 자신의 길을 간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희망'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희망고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 취준생이던 시현이 편의점을 주제로 한 유튜브로 성공하고 스카웃까지 되었지만, 펜데믹 상황의 장기화로 또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시현 마저 사족처럼 붙은 '여러 계절이 흐른 뒤' 억지로 '희망'을 준 것은 정말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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