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간 - 진짜 인간으로 나아가는 인문학적 승진 보고서
장재용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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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을 덮은 후 나의 첫 감상은 글쎄, 저자 말대로 살기가 어디 쉬운가? 그렇게 살면 나도 내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행복하다고 할까? 아니, '남'은 둘째치고 '나'는 행복할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저자가 자신의 꿈을 쫓아 살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자가 꿈을 쫓는 동안 누군가는 자신의 꿈도, 시간도, 자유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 없었다.

저자는 "나는 회사 업무와 자기 성장을 연결 짓는 세상의 말들을 이젠 믿지 않는다."(p.49)라고 말한다. '반복되는 업무는 지겹고, 누군가 시켜 하는 일은 굴욕적인 것이어서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하는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하루를 패배하며 시작하는 월급쟁이에게 노동은 양가적이다.'(p.57)라고 말한다.

모든 월급쟁이들이 매일 가기 싫은 회사에 억지로 끌려가듯 생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나는 월급쟁이지만 회사에 가서 만나는 사람이 반갑고, 하는 일이 즐겁고,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뿐만 아니라 내가 만들어내고자 애쓰는 시간을 즐긴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활용해서 회사 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한다. 월급쟁이의 애환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에베레스트 정상을 올랐다. 휴직계를 내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모습은 일반적인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직까지 할 마음으로 휴직계를 냈지만 다행히도 휴직이 받아들여졌고, 오히려 회사홍보팀에서는 그것을 회사홍보용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아마도 저자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회사인간으로 살지 마라. 자기 꿈을 쫓아 한번 움직여봐라.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했지만 아무 문제 없지 않나? 라고. 정말 그럴까? 회사에서는 아마도 '당신'이 비운 두 달을 위해 업무 분장을 하고 대안 마련을 하느라 분주했을 것이고, 그런 손해를 감수하면서 휴직을 허용했으니 '우리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홍보라도 해야겠기에 당신을 이용했을 것이다. 결국은 당신도 '회사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닐까? 그리고 집에서는 어떤가? 가족과 상의는 했을지, 휴직이 아니라 사직이 되었을 경우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모르겠다.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이 있다. 나는 오히려 그들을 응원한다. 휴직은 아니었을테고, 가족이 모두 동의하고 움직였을테니..

저자는 회사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자들의 답을 들려준다.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회사인간은 '자유를 잃은 노예'이며 '삶의 모든 결정에서 차선을 택한 자들'이라 말한다. '최선'을 선택할 수 없는 일은 무수히 많다. 그런 과정에서 차선을 선택한 것이 잘못일까? 저자는 쾌쾌묵고 오래된 철학자들의 사유를 인용하면서, 죽은 자들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탐탁치 않다고 말한다. 책의 내용 절반이 철학적 해석에 할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인간'에서 '독립'하고픈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나는 '노예'근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월급쟁이들이 '아이히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다. 시간당 생산성을 향상시켜 근무시간을 줄이고, 국가에 해주지 못하는 것은 회사 복지 제도를 통해 보완하는 등 '회사'도 많은 변화를 했다. 그런 흐름에 발목을 잡는 '제도'가 있다면 개선해나가는데 작지만 힘을 보탤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일하지 않는 자가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흔치 않다. 나의 노동을 폄화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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