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 ㅣ 이야기 보물창고 7
사라 스완 밀러 지음, 최지현 옮김, 트루 켈리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아이 외할머니집, 그러니까 내 친정에는 개가 아주 많다. 집안에도 집밖에도 개들이 왕왕, 멍멍, 깽깽 짖어댄다. 아이가 태어나고 석달을 친정에서 지냈는데, 신생아였던 우리 아이는, 문여는 소리,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잠에서 깨어나 울었지만 개 짖는 소리에는 금방 적응을 해서 편안한 단잠을 자곤 했다. 사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그래서, 개가 아이 옆에 오는 것조차 싫어했는데, 그게 우리 어머니한테는 못내 섭섭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와 개, 정확하게는 강아지들이 만났다.
이제는 사물도 제법 구분하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관심도 커져서, 강아지들을 손으로 만져보려고하고, 강아지 배에 기대어 누워보기도 한다. 아직은 아이에게 강아지가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이제, 강아지에 대해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를 읽은 것은, 개에 관한 좋은 이야기가 없을까 생각하다 고른 책이다. 강아지 그림이 있는 그림카드들이나 까꿍놀이에 나오는 개 말고, 좀 확실하게 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책 없나 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는, 심심해 하는 개를 위해 이야기를 해주는 설정이지만, 잘 읽어보면, 아이에게 개의 생태나 습성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동화이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읽다보면 개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동화라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첫번째는 [도둑을 쫓다].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일차적인 개의 역할은 집을 지키는 역할이다. 요즘은, 애완견들에게 도둑잡는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듯하지만, 전통적으로 개의 역할 하면 딱, 도둑잡는 개, 낯선 사람을 쫓아내는 역할이 아니던가. 우리는 개들이, 애완견들도 마찬가지로, 낯선 사람이 보이거나 수상한 발자국소리-주인의 소리가 아니-가 들리면 짖는 것을 본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그 소리가 시끄러워 성대수술을 한다어쩐다하기도 한 적도 있지만, 그건 개의 본능이다. 이 책 속의 개가 낯선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멍멍 짖는 것에 대해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저건 개들이 옛날부터 해 오던 일이야. 라고. 그리고 시끄럽게 짖거나 사납게 짖는 개들 곁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도 알려주자. 아무리 귀여운 강아지라도 그의 첫번째 임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니까.
두번째, [뼈다귀 나무가 사라지다].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주면, 꼭 그걸 땅속에 파묻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먹는 습성을 보인다. 그건, 집밖에서 키우지 않는 요즘도 개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데, 땅속이 아니라 이불 속이나 소파 뒤라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까? 아이들에게 강아지가 뼈다귀를 숨겨놓고 뼈다귀 나무에 주렁주렁 뼈다귀가 매달리는 꿈을 꾸고 있다고 얘기해주자. 혹시 강아지가 어디 숨겼는지 잊을 수 있으니 개껌이나 개 간식용 육포 하나 주는 센스도 함께.
세번째, [들개가 될거야]. 우리 아이들과 집안에서 지내는 개들은 애완견으로 길들여져 있다보니, 먹을 것을 챙겨줘야 하고, 쓰다듬어 줘야한다. 그렇지만 밖에 돌아다니는 개들은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야한다. 우리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자. 우리 멍멍이는 밖에서 혼자 살 수 없으니까 네가 잘 돌봐줘야해. 하고 말이다. 버려진 불쌍한 개들이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 얼마나 난폭해질 수 있는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개를 왜 잘 보살펴줘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자.
개는, 우리의 가족과 같은 위치에 올라섰지만 개의 본능과 습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개에게는 우리집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개의 습성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서도 재미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