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
아지즈 네신 지음, 이종균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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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제대로 된 풍자소설을 읽었다. 짧은 글들 속에 중요하고도 속시원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한편 한편 읽는 동안 반성도 하게 되고, 현실을 제대로 보기 위해 눈을 뜨기도 하고, 쯧쯧, 혀도 차본다. 아지즈 네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잇는 세계다. 그래서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풍자소설을 읽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하는 나라의 문학임에도 공감가는 부분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 책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간 본성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이 다른 곳에 사는 독자이면서도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똥파리가 많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바구니에 담아 버리려면 말려서 부피를 적게 해야 하기 때문에 마당 한구석에 음식쓰레기를 펼쳐놓고 말리는 집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을 열어놓으면 똥파리들이 꼭 2-3마리가 들어와 거실을 맴돈다. 그 똥파리를 제대로 쫓아내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밤새도록 방안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파리를 발견하는 날이 있다. 게다가, 독서램프를 켜고 책을 읽고 있는 내 쪽으로 날아오는 바람에 결국엔 살충제를 뿌리고야 만다. 그런데, [위대한 똥파리]를 읽다보니, 그 파리도, 빛이 있는 밝은 곳을 향해 돌진한 위대한 놈이 아닌가. 늙은 파리들이 경험을 방패삼아 안주하고 있을 때 밝은 곳으로 가기 위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거침없이 돌진하는 젊음. 아지즈 네신은 젊음을 그렇게 보았던 것 같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돌진하는 힘. 바로 그것이 젊음이다. 세상에서 제일 보잘것 없을 것같은 파리의 이야기지만, [젊음]에 대한 멋진 이야기로 변신시킬 수 있는 힘, 이것이 아지즈 네신의 이야기의 힘인 것 같다.

[거세된 황소가 우두머리로 뽑힌 사연]을 비롯, [미친 사람들 탈출하다], [자신을 죽인 파디샤] 등의 이야기는 선거를 앞둔 시점(2007년 대선)에 참 절묘한 우화가 아닐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혹여, 선거법에 저촉될까하여 말을 줄인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선거 이후에) 보충하고 [자신을 죽인 파디샤]에 나온 다음 문장으로 대신할까 한다.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이 되도록 하라. 옛것을 대신하려 하는 새로운 것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말라!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정체가 실제로는 겉모습만 살짝 바꾼 옛것일 수도 있다. 그것에 속으면 모든 것이 옛날보다 더 나쁘게 될지도 모른다. "

[양들의 제국]도 읽을 만하다. 양들의 역사책에 쓰여 있는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와 별다를 게 없다. 보이지 않는 적, 그 적에 대항하기 위한 이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누가 적이고 누가 적이 아닌지를 애매하게 만들어놓은 우리의 현실 말이다.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잡아먹기 쉬운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계략에 지나지 않는 친절이었음을 말이다. 곱씹어 보아야 할 이야기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어느 무화과씨의 꿈]이었다. 보잘 것 없는 수백 수만 씨앗 중에 하나가 무화과 나무가 되어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압박의 상징을 부수어버리기도 한다.

아지즈 네신의 문학을 처음 접했다. 마치, 탈무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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