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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가볍게 손에 들었다가 푹 빠져서 읽은 책이다.
청소년 대상 도서를 읽다보면, 그 주제나 소재가 얼마나 다양한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회 문제를 끌어안으면서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풀어내어 독자인 나는 다시 한 번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제목이 '훌훌'이어서 '뭔가를 털어내고 싶은가', '다 버리고 떠나고 싶은가',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자유롭게 날고 싶은가' 등등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마음이 편안했다.
또래 친구인 유리, 미희, 주봉이, 세윤이, 유리 집에 온 연우, 고향숙 선생님과 할아버지, 그리고 서정희씨가 주요 등장 인물이다. 인물들마다 자기의 이야기를 하나씩 품고 있는데 책을 덮을 때 즈음엔 그들 모두의 이야기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게 된다.
'입양'은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한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지만 특히 입양 가족의 지지를 받는 이야기이길 소망하였다. 작가는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장애'를 어떻게 표현하고 이야기하는지에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입양 가족'에게서 외면 받거나 꺼려지는 이야기가 아니길 바란다.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상처'를 주는 일이 많다. 이야기 속 병규와 진성이처럼 '고의'로 타인의 아픔을 들추어내고 놀리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나는 이 말처럼 더 잔인한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평소 생각이 언어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남의 아픔이나 상처를 들추어내고, 욕을 하고, 모든 사람이 다 알아야 하는 일이라며 떠들어대는 사람을 본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관심이 없다. 그저 자극적인 이야기로 상대를 욕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아이들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를 지 모르지만 주로 선거철에 많이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소문이 사실보다 더 큰 힘을 갖기도 한다. 고향숙 선생님에 대한 뜬소문은 음주운전, 불륜, 이혼에 이르기까지 커진다. 뜬소문은 선생님의 수업을 방해하고, 언어폭력을 사용하여 선생님의 교권을 무너뜨린다. 선생님이 유리와 상담을 하고, 연우의 이야기를 알고 하는 행동을 보면서 우리는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게 된다.
유리는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지만, 자신을 입양한 엄마와도 함께 있지 않다. 자기가 왜 입양이 되었는지 알고 싶지만 내색 없이 살아온 것 같다.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입양을 해놓고 함께 살지도 않는 엄마에 대해서도 원망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입양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것에 대해서도) 친구 관계도 좋고, 대학을 가서 어떻게 살겠다는 자기 목표도 뚜렷한 아이다.
유리는 어느날 갑자기 입양해준 엄마가 죽고 엄마가 낳은 연우와 함께 살게 된다.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우를 돌보는 행동이 자연스럽다. 어쩌면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자연스레 몸에 밴 행동일지도 모른다. 애어른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까? 어쨌든 연우로 인해 유리의 삶은 달라진다. 연우를 통해 우리는 '아동학대'를 엿보기도 하고 '촉법소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 주변에 입양 가정 뿐만 아니라 이혼 및 재혼 가정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사회의 가족 구성이 상당히 많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불합리한 상황에 자연스레 대처하는 과정을 보면서 독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짐작하게 된다. 갈등은 있지만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아 읽는 동안 불편함보다는 공감을 많이 하였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등장한 모든 인물들이 '훌훌' 털고 자유롭게 날아올랐기를 기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