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로가 상상한 세상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7
맷 데 라 페냐 지음,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지은 옮김 / 북극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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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는 누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상상해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마일로의 상상은 끝없이 펼쳐진다. 수염 난 아저씨는 아파트에서 혼자 카드 게임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는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누나에게 그림을 보여줬지만 관심이 없다. 마일로도, 누나도 지하철을 탈 때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잔뜩 흔들어댄 사이다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기분일까? 궁금해진다.


마일로는 지하철에 탄 사람들을 보며 계속해서 상상을 한다. 그러다 정장을 차려입은 아이를 본다. 마일로의 상상 속에서 이 아이는 성에 사는 왕자님이 되어 있다. 그 아이의 하얀 나이키 운동화와 잘 빗어 넘긴 머리 모양이 마일로로 하여금 그런 상상을 하게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은 마일로가 상상한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벗겨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일로의 상상 속에서 그들은 다시 살아난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말 그들의 진짜 삶은 아니다.


마일로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들을 마일로는 스케치북에 그려낸다. 그 중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활을 상상하여 그리는 일을 자주 한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 이렇게 머릿속 스케치북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모습이 진짜일거라는 착각.


이 그림책은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약물 중독으로 교도소를 드나들던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일로 세상과 소통하던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처음에 마일로와 누나가 느꼈던 흔들어 댄 사이다 같은 기분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림책에서 이런 소재를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어쩌면 조금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주황색 옷을 입은 엄마를 설명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문화와 사회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그림책의 내용을 여러 방면에서 읽어볼 수 있겠지만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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