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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10만 부 기념 골드 에디션)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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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돈의 심리학'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로널드 제임스 리드와 리처드 퍼스콘이라는 사람의 일화를 비교한다. 잡역부이자 주유소 직원이었던 로널드 리드는 92세의 나이로 죽었을 때 순자산이 800만 달러가 넘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자신이 번 얼마 안 되는 돈을 저축했고 우량 주식에 투자를 했으며 수십 년간 기다렸다. 또다른 한 사람 리처드 퍼스콘은 40대에 이미 자선사업가가 되어 이름을 날렸으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파산했다. 로널드 리드는 인내했고, 리처드 퍼스콘은 탐욕을 부렸다. 이것이 두 사람의 인생에서 교육과 경험으로 생긴 엄청난 격차를 무색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이는 금융 성과가 지능, 노력과 상관없이 운에 좌우되며, 금융은 아는 것보다 행동이 중요한 소프트 스킬로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소프트 스킬을 돈의 심리학이라 부르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들의 투자 의사결정은 본인 세대의 경험, 특히 성인기 초기의 경험에 크게 좌우된다. 모든 금융 의사결정은 판단을 내리는 그 사람만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타당하게 내려진 의사결정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재미가 없다. 행복은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을 말한다. 내가 가진 게 주변 사람들보다 적더라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충분하다'는 것은 그 반대로 했다가는 후회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명성, 자유, 독립, 가족, 친구는 귀중한 것이다. 날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일, 행복도 귀중한 것이다. 이것들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리스크를 언제 멈춰야 할지 아는 것이다. 즉 내가 '충분히'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 부를 쌓은 과정을 다룬 책은 2,000권이 넘지만 그렇게 큰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냥 훌륭한 투자자여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훌륭한 투자자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는 책은 거의 없다. 버핏의 성공을 투자 감각 덕으로만 볼 수는 없다. 성공의 진짜 열쇠는 그가 무려 75년 동안 경이로운 투자자였다는 점이다. 그의 재주는 투자였지만 그의 비밀은 시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복리의 원리다.(p.90)
부자가 되고 싶은가? 저자는 부자로 남는 방법은 겸손함과 편집증이 어느 정도 합쳐져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버는 것은 버는 것이고, 유지하는 것은 별개다. 돈을 버는 것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낙천적 사고를 하고, 적극적 태도를 갖는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을 잃지 않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재주를 요한다. 겸손해야 하고, 또한 돈을 벌 때만큼이나 빨리 돈이 사라질 수 있음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번 돈의 적어도 일부는 행운의 덕이므로 겸손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p.103~104) 투자든, 커리어든, 사업이든 상관없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능력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복리의 원리가 빛을 발하려면 자산이 불어날 수 있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p.139)
돈이 가진 가장 큰 가치는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돈이 있으면 독립성과 자율성, 그리고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부는 내가 아플 때 빈털털이가 되는 일 없이 며칠 일을 쉴 수 있다는 뜻이다. 부가 그보다 조금 더 있다면 해고가 되더라도 좀더 기다릴 수 있다. 가장 먼저 찾은 일자리에 어쩔 수 없이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자리를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이다. 6개월 치 비상자금이 있다는 것은 상사가 두렵지 않다는 뜻이다. 새 직장을 구하느라 좀 쉬더라도 별일 없이 지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부가 있다는 건 월급이 좀 낮더라도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필요할 때가 아니라 자신이 원할 때 은퇴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141~142 요약)
'부'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이 문장들이 직관적으로 탁 와닿았다. 나는 지금 현재 어느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는가? 앞서서 말했던 '충분함'을 생각하면 나는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옛날과 비교하자면 부나 소득이 현저하게 증가했지만, 더 행복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더 많은 걱정과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우리가 많아진 부를 더 크고 더 좋은 물건을 사는 데 쓰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포기하고 있다. 부는 많아졌지만 자유로운 시간은 줄어들었다.
오늘날에는 1950년대의 제조업 노동자보다 머릿속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과거에는 일이 끝나면 도구를 직장에 두고 왔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머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일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앞선 세대에 비해서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처럼 보인다. 나의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것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정 수준의 소득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저축을 하는 사람, 자신이 저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저출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갈린다. 부를 쌓는 것은 소득, 투자수익률과 거의 관계가 없다. 저축률과 관계가 깊다. (p.172) 투자 수익이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지만 결과는 늘 불확실성 위에 놓여 있다. 저자는 개인의 저축과 검소함은 우리가 조종할 수 있는 부분이고 확실하다고 본다. 소득이 높지 않아도 부를 쌓을 수 있지만 저축률이 높지 않고서는 부를 쌓을 가능성이 없다. 여기에는 앞에서 말한 '충분함'이 또 전제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적은 돈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상태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 돈을 덜 쓰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욕망을 줄이면 돈도 덜 쓸 수 있다. 성공적인 투자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그 대가는 변동성, 공포, 의심, 불확실성, 후회를 지불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나는 부자가 아니지만, 나의 '충분함'을 고려할 때는 어느 정도 '부'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나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적지만 소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 책은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를 묻는다.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하고, 충분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