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부리 이야기 - 제1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황선애 지음, 간장 그림 / 비룡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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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부리 이야기』는 제11회 '비룡소문학상' 수상작이다.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때문에 책을 선택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 눈이 한 번 더 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오리부리의 이야기.


최근 들어 '가짜뉴스'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문제인지를 실감하고 있어서일까? 이런 류의 책들이 좀 출간되는 것 같다. 사회 현상이나 사회 문제가 은연 중에 드러나는 것이다. 어린이책에서 이런 주제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어른들'은 자신의 생각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철썩같이 밑고 있는 그 이야기도 실은 남한테 들은 이야기다.


'가짜뉴스'에 세뇌되는 것이다. 그나마 뇌가 말랑말랑한 어린이들은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오리 부리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오리다.

엄마가 늘 하던 말이 "넌 물에 빠져도 부리만 동동 뜰 것 같구나."였다. 


입이 너무 가벼워서 그렇단다.


오리 부리는 늘 말을 한다. 그런데 말이란 것이 하면 할수록 실수하기 쉽다.

해서는 안 되는 말, 옮겨서는 안 되는 말, 사실이 아닌 말 등등 의도하지 않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리 부리도 그렇게 말 많이 하다가는 언젠가는 큰일이 날텐데 하는 걱정이 되었다. 


오리는 어쩌다 오리 부리가 되었을까?

총을 든 사냥꾼을 피해 도망을 가다가 몸이 지친 상태에서 몸은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부리만 쏙 빠져서 도망을 간 것이다. 


사냥꾼은 동물을 잡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도 총으로 잡지 않았다. 

총만 든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그건 사냥꾼의 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오리는 그런 사냥꾼에게 잡히기 싫어서 도망을 쳤는데, 결국 부리만 달아나고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사냥꾼은 부리가 빠져버린 오리를 잡지 않았다. 왜냐면 사냥꾼이 잡고 싶었던 것은 오리부리였으니까. 


오리는 이때 굳이 자기 몸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부리가 다 할 수 있으니 가볍게 부리만 돌아다녀도 될 일이었던 것이다. 아니 이런 깜찍한 생각을 하다니.


오리 부리는 우연히 토끼의 찢어진 그림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가 토끼의 그림을 찢어버린걸까? 동물들은 제각각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들쥐를 지목하고 마치 그가 토끼 그림을 찢어버렸다고 단정을 짓는다.


들쥐는 자기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한번 소문이 나면 겉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는 법이다. 소문이란 것은 또 희안한 게 움직이면서 살을 붙여 나간다. 처음에는 작은 거짓말이었지만 돌고 돌아 돌이킬 수 없는 큰 거짓말이 된다.


오리 부리가 사는 마음에는 앞치마 요리사고 살고 있다. 앞치마 요리사가 이 마을에 살게 된 것에도 그러저러한 사연이 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서 마음에 두고 있지 않지만, 그래서일까? 세상을 보는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져있다. 앞치마 요리사와 만난 들쥐는 앞치마 요리사의 위로를 듣는다.


"그래그래, 정확하지 않은 얘기라면 나한테 전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그렇게 미안한 표정은 짓지 마렴."(p.50)


"확실하지 않은 말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단다."

"바람이요?"

"그래, 바람. 나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걸 마음대로 전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

"누구나 살다보면 소문의 바람을 맞을 때가 있단다. 태풍처럼 큰 바람을 맞을 수도 있고, 그저 마음이 살짝 아플 정도의 살랑바람일수도 있겠지."(p.51)


이 책에는 소문을 퍼뜨리며 다니는 오리 부리도 있지만, 그 소문의 피해자인 들쥐, 앞치마요리사, 사냥꾼도 등장해서 양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헛소문이나 가짜뉴스를 퍼뜨리고는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를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듯, 여기서는 무당벌레가 그 역할을 한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서 '내 잘못'이 아닌 것이 아니다. 내 입에서부터 그런 소문이 만들어져서 나갔다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정확하지 않은 것을 마치 사실인양 떠벌리다가는 큰일 난다. 이걸 우리 어린이들에게만 알려줘서 될까? 


어이, 정치인들 보소. 툭 던져놓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동을 이제는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는가 반성 좀 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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