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을 읽은 후에, 몇가지 생각을 더해본다.

"성적이 전부는 아니야." (p.34)

듣기 좋은 말이지만, 현실은 반대지. 성적이 전부인 세상이 되어버렸잖아. 혹시라도 저 말을 곧이들을 청소년이 있을까? 예전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 - 보지는 않았고, 제목만 안다 - 는, 그 제목만으로도 이슈가 되었지만, 살다보니 행복은 성적순이더라구. [행복]을 어떻게 정의내리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은, 좋은 성적 - 잘 나가는 대학 진학 - 고액 연봉 입사 - 화려한 결혼 - 뭐 이렇게 나가는 공식아닌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행복은 금전순이더라.....라는 말. 남의 말 같지는 않네.

"아그네스 선생님은 우리가 그렇게 남한테 속지 않으려면 산수를 잘 배워야 한다고 하셨어." (p.50)

아, 나도 지독하게 산수가 싫었어. 아니, 정확하게는 수학이 싫었지. 산수는 그런대로 할만했거든. 남한테 어리버리 속지 않고 살려면 셈 정도는 정확하게 해야지. 아, 필요에 의한 공부는 할만해. 못하면 나만 손해잖아. 열심히 일하고도 한푼도 못버는 일은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런데, 말야. 산수든 수학이든 남한테 속지 않으려고 배우는 건 아니겠지?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세상에는 정말 많은 수학이 존재하더라구. 남들이 수학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물만 내가 이용하고 산다고 그게 불행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편으로는 좀 억울하기도 할것같네. 그렇지만 역시 수학은 재미없어 --''

 
"듣지 못한다고 학교에 다니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어?" (p.56)

알래스카의 이 학교처럼, 보코가 수화를 배우는 동안, 다른 아이들도 수화를 배울 수 있어서 대화가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수화도 상대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 듣지 못한다고 학교에 다니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수화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그래서 특수학교가 있는 거겠지만 특수학교가 아니라 일반학교에서 어울려 배우려면 다른 아이들도 수화를 할 수 있는 환경 - 선생님도 물론이고 - 이 되어야하는 거 아닌가? 듣지 못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보지 못하거나, 몸이 불편한 아이도 마찬가지야. 그런 환경을 만드는 일이 가장 우선일텐데, 거기에 들어갈 학교 예산은 어떻게 한다? 처음부터, 학교라는 공간을 만드는 순간부터 함께 고려되었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어. 이 이야기가 1940년대 이야기라는 사실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근 60년이 다 지난 지금도 해결이 안된 이야기라는 거지.

"마리, 나중을 위해서라도 읽고 쓰는 것 정도는 꼭 배워야 해." (p.70)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거드느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마리에게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야. 옛날 우리 부모세대하고 비슷하지? 얼마전에 구청에 갔다가, 서류 작성을 하려고 하는데 옆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부탁을 하셨어. "~서류가 어느 것인지 좀 찾아주세요. 내가 글을 몰라서 그러는데, 대신 좀 써주세요."라고.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많이들 계신다고. 아이들을 장성시켜서 결혼도 시키고 다했지만 정작 자신은 읽고 쓰는 게 서툴러서 고생인 사람들 말야. 아주 남의 얘기는 아니지.

"공부는 평생하는 거야. -중략- 내가 봐도 살아가면서 계속 무언가 새롭게 배워나가야 한다는 것은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아. 게다가 평생이니까 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느긋하게 즐기면서 배워도 된다는 뜻이잖아." (p.71)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평생 느긋하게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참 아이다운 발상이지만, 요즘 시대였다면 꿀밤이나 맞을 소리였겠지?

"아그네스 선생님은 예전 교재 대신에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교재를 손수 만들어 주셨어. 그것도 학생 한 사람 한사람마다 수준에 맞게 각기 다른 걸로." (p.97)

요즘, 아이들 독서교육에 대한 책을 계속 읽고 있는 중인데 결국은 1940-50년대 아그네스 선생님의 방법과 다른 게 하나도 없는거 있지? 책을 읽고 연극을 한다던가, 그림을 그린다던가, 읽기 교재의 내용을 아이 자신의 이야기로 바꾸어 읽는다든가... 결국은 뭐야, 이 책은 아이들이 읽어서 감동을 얻는다기보다 어른들이 읽고 반성해야하는 이야기란 말이지. 또 시대를 초월하는 감동의 문학이 아니라 시대를 읽어야하는 실용적인 책과 가깝더라는 말이야.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청소년문학으로 분류되는 걸 반대해. 아이들에게는 공부에 대한 반감을 줄이거나 선생님에 대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닌것같아. 이 책이 1970년대쯤에 아이들에게 읽혓다면 또 다른 이야기겟지만...대신 1970년대생인 어른들이 읽으면 생각꺼리가 제법 있을것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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