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 -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Joe 지음, 이선영 옮김 / 리텍콘텐츠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점점 불행해지는 관계를 정리하는

인간관계 기술 43가지'

'가스라이팅에 현혹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

이 책은 위의 '부제'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아주 일상적이거나, 평소 그렇게 억울한 감정이 없거나, 만날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 따위 없거나, 부부 또는 연인 간에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읽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라 생각을 했는데, 읽다보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조언들이다.

그래서 저자에 대해 찾아보았다. 책에서 소개하는 저자의 정보가 너무 적다. 정신적 학대 대책 상담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번역자가 일본어과이니 저자도 일본인이겠다 싶어 원제를 찾아 검색을 해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남긴 일본인들의 리뷰를 보니 '모라하라 モラハラ,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말이나 태도로 괴롭히는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거나 그럴 거라고 짐작이 되는 사람들의 글이 많았다. 우리가 흔히 그냥 거절하거나 벗어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알려주는 방법들이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어떤 인간관계든 '적당한 거리'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고, 가족이라 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가스라이팅'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부부나 연인처럼 남녀관계에서도 일어나지만 부모와 자식 간이나 동성 친구 사이에서도 일어나며, 직장 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타인에게 휘둘리기 쉬운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항상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너무 활짝 열어놓고 있다'는 점을 든다. (P.13) '상대 앞에서 의도적으로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해' 보라는 조언과 함께 43가지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휘둘리는 사람'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내 얘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자의 조언을 실천해봐도 좋겠다.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혹시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행동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 관계란 너무 멀어져도 안 되는 것이지만 가까운 게 무조건 좋다는 것도 아니다. 인간 관계란 상대와의 거리감을 측정하면서 자신에게 알맞은 상태로 조정해 나가는 것(P.26~27)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사이 좋게 지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기 때문에 거리를 두거나 상대에게 무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은 특히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본인이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사회에 '죄송하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이 '하기 쉽지 않은' 방법일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그런 일을 당하는 것(휘둘리는 것, 종속관계가 되어버리는 것,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남이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을 떠맡는다거나 하는 것이 모두 '내 탓'이 되어버린다면 자신의 주체성, 자존감을 되찾는 데는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주 원초적인 솔루션이다. '더는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하면 좋은가, 거절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방어를 할 수 있는 무게감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등이다.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행동할 수 있게 되면 자연히 자신감이 붙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존중을 받는다.

2장 누구도 파고들 수 없는 베이스를 만들어라에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은근한 미소를 지어라, 크고 느긋하게 움직여라,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라, 침묵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어라, 자신의 TMI를 드러내지 마라'는 조언을 한다. 2장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하면 괜찮은 방법들이다.

3장에서는 거절의 방법을 알려준다. 이 거절의 방법은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다.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 '상황'이라는 것이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조언들은 내가 몇 번을 이야기하지만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 사회생활이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지나치게 쉬운 것은 권태로움과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고, 지나치게 어려운 것은 지레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약간 어려운 도전을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래 직원들에게 그런 도전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럴 때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걸 왜 제가 해야 하죠?'하는 표정을 짓거나, '못하겠습니다'라고 단칼에 거절하거나 바쁜 척하거나(실제로 바쁜 게 아닌데 바쁜 척 하는 모습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하면 그 직원은 내가 함께 이끌고 가거나 같이 성장해야 할 직원으로 인식할 수 없다. 이 책이 조언하고 있는 내용은 그렇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데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