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릭 소원라이트나우 5
나윤아 지음 / 소원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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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릭≫은 다섯 가지의 중독(자해, 스마트폰, 도박, 알코올, 게임)에 빠진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청소년도서지만, 쉽게 읽어내지 못했던 것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 바로 그것때문이었다. 책장을 넘기자 '현실을 떠나 중독을 선택한 아이들'이라는 부제 아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섯가지 중독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중독은 '지나치게 과함에도 통제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정의된다. '중독'은 삶을 포기한, 혹은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한 '실패한 어른들'에게서 보이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가장 흔한 알코올, 니코틴, 도박 중독이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실패한 인생이라고 할 수 없는,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인 청소년들에게서 중독이 유행처럼 번져간 것은. 자해, 스마트폰, 도박, 알코올, 게임.... 단어만 듣고도 아찔함이 밀려든다. 내가 청소년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집 아이에게 읽히기 위해서이다. 이왕이면 밝고 희망찬 이야기라면 좋겠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화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쉽사리 읽어내지 못했던 것은 그래서일 것 같다. 우리집 아이를 못 믿어서가 아닌데, 혹시라도, 아예 이런 세계를 모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 차라리 몰랐을 때는 하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텐데 굳이 이런 이야기를 읽혀서 오히려 호기심을 가즉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어쨌든, 아직도 나는 결정을 하지 못했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공이 울리면]은 자해 중독을 다룬다. 커터칼 하나로 자해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건 바깥의 세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다) 하는 아이들을 보며 경악했던 적이 있다. 아이들끼리 사진으로 공유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 소설에는 소꿉친구인 여소은과 강건우가 나온다. 다섯살때부터 친구라서 아는 거 모르는 거 없이 다 알고 지내는 친구인데 어느날인가부터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등학교를 가면서 서로의 진로가 달라진 것도 이유지만, 그것말고도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강건우가 우연히 자해를 하고 있는 여소은을 발견한다. 친구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소설에서 강건우는 정말 모범 답안을 찾아낸 것 같다. 혼자 고민하지 않고 체육관 관장과 형과 의논을 하기도 한다. 여소은의 고민이 무엇인지, 무엇때문에 자해까지 해야 하는지, 그것을 그만 두게 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한다. 결국 소은이는 건우로 인해 자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뗀다. 현실은 건우가 올라가 있는 링과 같고, 링 안에서는 어떻게든 3분을 버텨낸다. 맞고 피가 터지더라도 그 3분을 잘 버텨낸 사람만이 살아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세상을 그렇게 이 악물고 버텨야 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살면서 누군가는 그렇게 이 악물고 버텨내야 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물 흐르듯이 조용히 살아내기도 한다.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이 링 위에서 버티듯이 살아야만 하는 세상이라면 난 너무 힘들 것 같다. 지금은 저 힘들고 고된 세상이 내가 살아야 하는 세상처럼 보이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괴물화 증상]은 스마트폰 중독을 다룬다. 스마트폰 중독이 어디 청소년만의 문제던가? 이제는 영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것과 달리 '스마트폰' 중독은 추상적으로 다룰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약간 환상적인.

나는 의도적으로 폰을 꺼놓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의도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정도기 때문이다. 마치 집안에 있는 냉장고처럼, 세탁기처럼 특별히 이유를 대서 사야 하는 물건도, 이유를 대서 사용해야 하는 물건도 아닌 물건이 되어버렸다. 물건이라 칭하기보다 이제는 '관계'라는 말로 바꿔도 가능한 존재가 스마트폰이 아니던가. 학자들은 어린 영유아들이 스마트폰에 과몰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고 있지만, 어른들이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서만 뺏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은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는 도구로서의 스마트폰이란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폰을 보고, 밥을 먹으면서도, 길을 가면서도,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도 폰을 본다. 뭔가 새로운 것, 그러니까 손안에 든 폰이 아닌 폰보다 더 진화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으면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스마트폰만 보느라 괴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좀 허무하다.

[불꽃]은 도박중독을, [고답이]는 알코올 중독을, [두 가지 세계]는 게임 중독을 그려낸다. 도박 중독에 빠진 시현이는 여전히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엄마의 알코올 중독때문에 늘 괴로워하고 외로운 보라도 결국은 알코올을 지나치지 못한다. 대부분은 그들의 주변 환경때문에 중독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게임중독이었던 한준우가 엄마의 화려한 꽃다발을 계기로 새롭게 달라질 수 있었던 것처럼 환경은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저어되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누군가는 이렇게 살지 않아야겠다 다짐할지도 모르겠다. 내 옆에 누군가가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현실'을 피하려고 들어간 '환상'이 나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오랜만에 하늘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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