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이현진 지음 / 강한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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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회사에서의 '인간관계', 그리고 '회사 업무와 나의 역할'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취직과 이직에 있어서 커다란 고민과 방황을 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좋은 사람들과 일했으며 그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도 있었다. 늘 나는 '일복'도 많지만 '인복'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이 요즘은 많이 깨지고 있다. '일복'만 많고 '인복'이 없는 것 아닌가...하고.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산다고 말하면 '대충' 사는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일상 속에서 나를 위로하고 '살 맛'나게 만들어주는 것들은 가볍고 사소한 것들이다. 예상치 못한 사람으로 인해 큰 위로를 얻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아무 이유 없이 내민 꽃다발에서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때. (p.6)

내가 요즘 마음이 힘이 들고 아픈 건, 그렇게 가볍게 지나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하루 중 직장에서 일하는 8시간, 10시간 중에 '나의 담당업무'가 아닌 '그들의 업무'로 빼앗긴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누군가는 나에게 '제대로 아랫사람을 교육시키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도 하고, '위임업무'를 제대로 위임하지 못해서 그렇다고도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은 내가 만족하지 못해 내가 자꾸 손을 댄다. 위임했으나 위임하지 못한 업무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자기가 하지 못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일을 제대로 넘겨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감시간을 앞두고 미완성인 원고를 나에게 넘기면서 당연한 듯 '마무리를 요구'한다. '나는 그렇게 못해요. 그건 ooo님이나 가능한 일이지요'라며 불쑥 넘어오는 일도 많다.

나를 흔들었던 그 한마디는 오늘 아침에 맞았던 비 같은 거였어요. 비가 오는 건 제 탓도 아니고 내 계획과는 상관없이 생기는 일이니까요. 비 한 번 맞았다고 흔들릴 필요까진 없는데, 순간의 기분에 빠져 며칠을 지내곤 했습니다.(p.38)

회사에서 눈치 보는 걸 싫어해 없는 일도 찾아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연하지 못한 나는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디뎠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급하다는 일을 대부분 처리해 주는 편이었다. 짬 내서 해주고, 친해서 해주고, 짬밥으로 해결해 줬다. 내 딴에는 한두 번 일하고 말 사람들이 아닌, 오래 함께 갈 동료들이므로 하던 것도 멈추고 재빨리 그들의 아쉬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기꺼이 해결해 주면 대부분 다음번엔 “더 빨리”를 요구한다. 기꺼이 빨리 처리해 줬던 경험은 그들에게 '감사'의 카테고리가 아니라 '이용'의 카테고리가 되는 모양이었다. (p.46)

정말 공감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감사'의 카테고리가 아니라 '이용'이 카테고리라는 말. 저자가 겪었던 이 일들이 내가 최근에 겪은 일들과 오버랩된다.

'일만 잘하면 다른 건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이번 일을 또 해내면 회사에서 인정해 주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는 일을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주고 더 많은 책임감을 부여하고 더 높은 이해심을 요구했다.

“너는 잘하니까 이것도 좀 해봐.”

“책임감 높은 네가 이해하고 포용해.

"늘 그래왔듯, 이것도 좀 부탁해.”

더 완벽한 회사원 100%가 되어 가는 동안 억울함과 절망은 점점 높아졌고 진짜 나는 소멸되어 갔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오히려 내가 이상하게 여겨졌다. 나까지 나를 의심하는 지경이 되자 회사원이 아닌 내 안의 진짜 나는 무기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더 불행할 수 없을 만큼 불행하다. 이 불행에서 벗어나고 싶다."(p.143-144)

내 어깨에 나의 능력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낑낑대며 걸어가는 동안, 나는 소진되고 소멸된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싶다. 때로는 가볍게 생각하고, 때로는 가볍게 지나칠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나는 나로 살고 싶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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