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를 믿습니까 이야기강 시리즈 4
정은주 지음, 이미성 그림 / 북극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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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어린이를 위한 북극곰 출판사의 어린이강 시리즈 4번. 산타를 믿습니까.

표지 그림을 보면 산타할아버지 뒷모습과 12시로 맞춰진 세계 각국의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가 보인다. 이 표지를 보는 순간, 나는 "산타는 어떻게 전 세계 어린이들 집을 다 돌아다닐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요즘 어린이들은 "산타"라고 하면 어떤 생각을 먼저 할까? 산타를 믿는 어린이가 있기는 있을까? 이 책이 고학년 어린이를 위한 시리즈라는 걸 생각해보면, 산타를 믿지 않는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볼 수 있다. 다만, 제목 때문에 '겨울 한정 도서'로 여겨 손이 선뜻 가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나의 고정관념일수도)

이 책에는 세 가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조기경제교육', '산타를 믿습니까', '모래놀이터'. 어린이책이지만 이야기 전개에 빠져들었다. 모두 결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딱 그 나이 어린이의 시점에서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다가 현재 우리 사회의 현상과 모습을 들여다보게 한다.

'조기경제교육'에서는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시선과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다. "어차피 자식교육도 선택과 집중"(p.7)이라는 아빠의 말은 비단 이 세대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에도 교육에 있어서 소외되어왔던 형제들이 있었다. 장남 혹은 잘난 자식 하나 대학 보내느라 나머지 형제들이 양보하고 희생했던 시절 말이다.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결국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선택과 집중일 수 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나는 아이가 하나라서 걱정 안하고 다 해줄 수 있어서 좋겠다라는 말을 가끔 들었다. 아이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았고, 연예인 덕질도 도와주고, 여행이나 공연, 전시도 수없이 같이 다녔지만 돌아오는 평가(아이들도 부모를 평가한다)는 '엄마 하고 싶은대로 자기를 끌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해보면 아이들도 부모들도 서로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싶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내 아이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산타를 믿습니까'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고학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산타를 믿는 세아, 평소에는 받을 수 없는 선물을 받기 때문에 산타가 있다고 믿고 있는 우람이, 그리고 산타를 믿는 척 해야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산타를 믿는 경민이. 이들은 목적은 다르지만 어쨌든 산타를 믿는 친구들이다. 학교에 가면 단짝이라는 것이 생긴다. 둘도 아닌 셋이 보통은 단짝이 된다. 음... 둘이 싸우면 중간에서 중재해주는 친구가 필요해서인가? 어쨌든 셋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 우리집 아이도 산타를 오래 믿었는데(지금도 일부!! 믿는다) "산타를 믿으면 있는 것이고, 산타를 믿지 않는 순간 산타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늘 얘기했다. '상징적인 존재'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날은 생각보다 빨리 오는 편이다. 그래도 모른다. 이 이야기처럼....말이다.

'모래놀이터'는 이 책에서 가장 생각꺼리를 많이 던져 준 이야기였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이나 학교를 가지않으면 함께 놀 친구가 없다. 놀이터가 많지도 않고, 있다고 해도 나가 보면 또래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집 앞이, 골목이, 우리가 돌아다니는 모든 곳이 놀이터였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만나서 놀 수 있는 친구가 많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각자 집으로 밥 먹으러 들어가던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길에서 주운 돌멩이, 병뚜껑도 장난감이 되어 주었고 흙장난은 매일이고, 뒷산으로, 시장으로, 여기 저기 안 다니는 곳 없이 돌아나뎠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밖에서 나와 노는 아이도 없고, 길에서 뭔가를 줍거나 만지는 일도 없다. 모래놀이터에서 친구도 없이 혼자 놀던 주희 앞에 나타난 '오빠'는 누구인지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지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나중에 어른들의 말을 통해 그 '오빠'가 어떤 상황에 있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부모나 주변 환경이 그 아이의 전부가 아님에도 우리는 그렇게 판단한다. 가려서 만나야 할 사람이고, 함께 있으면 안 될 사람이다. 그렇게 '사람'으로부터 단절되고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라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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