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책 - 세미나 시작부터 발제문 쓰기까지, 인문학공부 함께하기
정승연 지음 / 봄날의박씨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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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몇 가지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의 나의 관심사가 인문학과 경제경영서(자기계발서)로 옮겨가고 있어서

관련된 책을 보면 덮어놓고 사고 본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다.

특히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세미나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발제문과 정리글을 쓰는 방법을

상세하고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나는 8~9년에 걸쳐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그동안 여러가지 방법으로 함께 읽기를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림책 읽기로 가볍게 시작했던 모임이 이제는 인문학 도서나 고전을 읽고 있다.

오래된 모임이 그러하듯,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에서

'세미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정작 많은 인문학자들은 '경쟁'에서 빠져 나오라고 가르친다.

'부자'보다는 '절제'를, 마음껏 분출하는 '욕망'보다는 진짜 '욕망'을 찾으라고 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의 기준으로 보자면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창의적인 낙오자'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 공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른 관점'의 획득이다.


이 책은 인문학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내용과 함께

'세미나'를 하나의 방법으로 소개한다.

세미나는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여 배우는 방법을 말한다.

세미나를 통해 배움을 수평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배움의 수평적 공유'가 잘 되려면, 참가자 개개인이 세미나 준비를 성실하게 해와야 합니다. 그래야 세미나 모임이 '남(준비를 해온 사람)'의 이야기 듣는 모임'이 되는 걸 피할 수 있습니다. 또 세미나 과정 속에서 한마디라도 더 말하려는 적극성도 필요합니다. 그 두 가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세미나'가 갖는 가치가 확연하게 떨어지고 맙니다. 그럴 것이, '남의 이야기 듣는 모임'이라면 검증된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편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P.25)


우리가 독서 모임을 하면서도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을

읽지 않고 참석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 그 대책을 세워야했다.

저자는 세미나는 미리 읽어온 책(또는 그에 상응하는 자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읽은 텍스트의 문장, 문단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용은 정합적인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단지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 그 텍스트가 현재 시점에서 어떤 의미나 시사점을 주는지, 그로부터 내가 느낀 바는 무엇인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다른 참가자와 나의 생각이나 느낌 사이의 차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 차이를 어떻게 해소할지, 남겨 둘지, 차이를 남긴 채로 어떤 또다른 의미를 생산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합니다."(p.26)


저자는 인문학 공부에 왜 세미나라는 형식이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세미나 모임에서 할 말을 준비하려면 미리 책을 읽어야 하고,

발제를 맡았다면 발제문도 준비해야 하니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나'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인생도 변화한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고,

자주 하는 일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날마다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하기에 삶이 달라진다.

그리고 여러 사람과 함께 책을 읽다보면 읽기의 밀도가 높아진다.

혼자서 책을 읽다보면 독서의 권태기가 찾아오는 때가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독서의 권태기가 오는 확률이 낮아진다.

그리고 정해 놓은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과정도 거치게 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

공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는 그냥 친구보다 훨씬 탄탄한 관계가 된다.


그렇다면 세미나는 독서 모임과는 어떻게 다른가?


"대부분의 '독서 모임'이 '독서'에 방점이 찍혀 있는 데 반해, '세미나'는 '공부'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독서 모임'은 말 그대로 책 한 권을 완독해 내는 데 목표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세미나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고 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책읽기' 그 자체보다 그 책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p.59)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책과 관련된 동호회 활동'을 하러 오는 느낌이 강하다면

세미나는 학생의 마음으로 참가한다.

세미나에서는 '함께-공부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세미나의 전 단계로 독서 모임을 한다면 세미나의 내용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

세미나는 발제와 토론, 강독과 요약, 정리문 쓰기 등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열의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미나의 시작은 내가 세미나에 참여하기로 한 순간부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는 세미나에서 읽기로 한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이다.

세미나를 한다는 건 그동안 읽어온 책을 텍스트로 바꾸는 것이고

독자였던 자신을 해석자로 바꾸는 능동적 읽기이다.

'읽기'가 막히면 '쓰기'가 막히고 '말'도 막힌다.


막힌 읽기를 뚫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읽기의 잔기술로

여러 번 소리내어 읽기, 마음에 드는 문장 찾아내기, 따라서 써 보기를 소개한다.

즉, 세미나 과정 속의 읽기는 말하기와 쓰기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읽기의 큰기술! 즉 읽기를 원활하게 하는 기술은 다음과 같다.

목차외우기, 여러 판본을 동시에 읽어가기, 평소에 책 읽어두기.

결국 읽기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되는 셈이므로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다음은 세미나에서의 쓰기.

발제문은 세미나를 한다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발제란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질문 던지기를 위한 글쓰기이다.

발제문을 통해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말하기이다.

질문을 던지는 이유 또한 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이다.

이 책에서는 질문을 만들고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으로 발제문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이 모든 읽기와 쓰기 과정을 거친 다음에는 말하기에 집중한다.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듣기'이다.

결국 세미나를 통해 인문학을 공부하면

'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전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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