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청소년 소설은 때로는 성인 독자를 위한 작품보다 더 확실하게 와 닿을 때가 있다. 도서관에 책을 꽂으면서(작은도서관에서 자원봉사활동으로) 도서관 특성상 청소년과 성인으로 나눠야 할 때 많은 고민을 한다.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면 문학 작품으로 보면 그만이다.

이 책은, 최근에 그래픽노블로 발간된 책을 읽고 다시 찾아본 책이다. 중학생인 딸이 그래픽 노블을 읽은 후 원작을 읽고 싶다고 해서 중고서점을 뒤져서 구입했다. 2006년에 출간되었는데 (딸과 동갑이네) 책이 깨끗하고 번역도 괜찮았다.

장 클로드 무를르바는 작가 겸 독일어 번역가로 희극배우로 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내가 청소년 시기에 읽었다면 꽤 좋아했을 것 같다. 그래픽 노블을 읽고 이 책을 다시 읽은 딸이 말하길 "원작을 읽은 것이 좋았다"고 하였으니 추천할 만하다.

이 이야기는 현대의 안락함이 자리 잡기 이전의 옛날 이야기이다. 시대적 배경이 애매한 것은 '옛날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처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거꾸로 흐르는 강'은 토맥이라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꿈꾸는 눈빛을 지닌 소년, 없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을 파는 잡화상의 주인이다. 언제든 open 상태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소년이었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이곳을 떠나 세상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할아버지 아버지를 거쳐 대대로 내려오는 가게를 꾸려오면서 마음 내키는대로 훌쩍 마을을 떠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은 가슴 속에 비밀로 간직하고 살아가던 토멕에게 그날 열 두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나타남으로써 완전히 달라진다.

들판을 걷고 또 걸어 소녀와 거꾸로 흐르는 강을 찾아나선 토멕, 꿈도 바람도 아닌 실제로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토멕은 가슴이 벅차오른다. 마을을 또날 때 가슴에 차올랐던 뻐근한 행복감, 자유롭다는 느낌, 가슴 설레는 기쁨, 여행의 기쁨을 오롯이 느끼고 있는 토멕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토멕은 망각의 숲에서 마리를 만난다.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결혼하고 3일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깨달았던 마리는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 떠난다.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일은 단숨에 이뤄지기도 한다."(p.45) "결국 모든건 자신의 결정에 달린 거란 걸 너도 곧 깨닫게 될 거야."(p.47) 거꾸로 흐르는 강 크자르강, 영원히 죽지 않는 강을 찾아 떠난 토멕에게 마리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넌 정말 용감한 소년이야.

마리와 혜어져 들판을 건너가던 토멕은 꽃향기를 맡고 잠이 든다. 그리고 향수마을에서 잠을 깨우는 주문을 듣고 일어난다. 그곳에서 토멕은 그 소녀도 이곳을 거쳐 갔음을 알게 되고, 소녀가 남긴 편지를 읽는다. 토멕은 소녀의 이름이 한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잡화상에 왔는지, 크자르강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향수 마을을 떠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게 된 토멕. 그 바다에서 무지개를 건너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한 선원들처럼 토멕도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두근두근 걱정을 하며 책을 읽는다.

존재하지 않는 섬을 거쳐 성스러운 산을 올라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토멕의 모험을 읽고 책을 덮는다. 토멕은 크자르강과 한나를 찾아 떠날 때, 어떻게 그곳으로 갈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무작정 움직였다. 그 무모한 도전이 어렵고 힘들 것이란 것을 알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걸어가서 결국은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도 함께 본다. 우리가 사는 삶이 그렇지 않은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아무 것도 정해진 것 없고, 정답처럼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용감하게 자신의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다. 토멕은 이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용기와 희망, 그리고 도전하는 삶을 알게 되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 여행 전의 토멕과 지금의 토멕은 분명 다른 사람일 것이다.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면서 성장소설이다. 청소년이 읽기에 좋고,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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