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021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특별판)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신신 디자인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프란츠 카프카는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글을 썼다. 그는 글쓰기에 대한 집착과 불안 증세를 보였으며, 아버지와의 갈등도 컸다고 한다. 그리고 펠리체 바우어와는 두 번, 율리에 보리체크와는 한 번의 약혼과 파혼을 겪었다. 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보통의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는 어려워보인다. 카프카의 글을 읽으면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던 적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불면과 꿈이 그의 글쓰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카프카는 비실재적인 것을 실재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은 우리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욱 강력하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암시한다."(p.18)


카프카의 꿈은 많은 부분 자신이 평소에 안고 있던 문제들에서 파생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보통 힘들거나 답답하거나 혹은 지금 가장 고민하며 걱정하고 있는 일을 꿈에서 보게 되는 것과 같다. 대신 카프카는 우연의 산물로서의 꿈이 아니라 그가 의도하여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그의 정신 세계에 또아리 틀고 있던 이야기들이 밤이 되면 가수면 상태 혹은 꿈의 상태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들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것은 꿈이 아니다'라며 실제 이야기인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그가 꿈을 꾸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밤 투쟁'하는 것이다. 그의 꿈은 어떤 날은 무대 위의 공연이었고, 어떤 날은 그림이었으며 어떤 날은 낭송하는 시였다.


"아주 많은 꿈을 꾸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꿈은 이제 단지 슬픔과 행복감이 뒤섞인 그런 감정으로 변하여 내 안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p.63)


카프카가 그의 연인이나 친구에게 쓴 편지글에서는 그가 꾼 수없이 많은 꿈들을 읽을 수 있다. 갑작스런 장면 전개와 바껴버린 인물들을 보면 마치 '시'라서 허용되듯 '꿈'이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많은 꿈들은 결국 그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배수아 작가의 번역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옮긴 이의 글에서 '배수아 작가' 특유의 감각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꿈을 읽으면서 배수아의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라는 단편을 하나 더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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