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년 반쯤 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이번주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를 왜 배우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역사 그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배우면서 느꼈던 감정을 잊지 말자고 한다.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는 학창시절에는 역사를 역사로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암기해야 할 어렵고 복잡한 과거일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어 찾아보는 '역사'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나의 삶을 좀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요."(p.28)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를 즐기는 것은, 그 신화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거기에서 따온 모티브가 문학으로, 영화로, 예술로 확장되어 나가는 것에서 더 재미와 의미를 느끼게 된다. 세계의 신화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옛 이야기들도 충분히 그런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더 확장되지 못하고 멈춰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인간이든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점, 그 선택은 때때로 예측 불가능할 만큼 기상천외한 결과를 불러온다는 점, 그리고 한 번 선택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선택을 한 이상 무를 수 없습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선택한 자의 몫이에요. 그래서 후회는 늘 우리를 따라다닙니다."(p.53)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과거를 살펴볼 수는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남이 아닌 내가 내렸던 결정은 더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앎으로써 그와 비슷한 결정을 다시 내리지 않을 수 있다. 과거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험 문제를 잘 맞추기 위해서는 세세한 것까지 외워야 하지만, 우리 삶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억지로 외울 필요가 없다.

특히 저자는 지식인이나 오피니언 리더에게 역사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의도하거나 그렇지 않았거나 상관없이 누군가의 나쁜 선택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익히 이런 게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제대로 된 역사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이나 상대가 어떻게 되거나 말거나 그런 가짜 뉴스를 퍼뜨리거나 왜곡된 사실을 퍼뜨리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역으로 우리에게 역사적 사고가 필요한 것은 그런 가짜들을 잘 걸러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즉위 과정부터 순탄하지 않았던 선덕여왕은 비전을 세우고 혁신을 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고 1층부터 차례로 일본, 당, 오월, 탐라, 백제, 말갈, 거란, 여진, 고구려의 이름을 넣었다. 그들 나라를 신라의 발 아래에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경주 사람들은 매일 황룡사 9층 목탑을 보면서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하였던 것이다. 조직이 움직이려면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곳을 향해 함께 가자고 설득을 해야 한다. 저자는 선덕여왕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혁신도 가능했다고 말한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반추하게 된다. 비전을 세우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게 됩니다. 그리고 겸손을 배우죠. 역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나라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시시때때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중략) 역사는 그 어느 것도 영원할 수 없음을 알려줍니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어요.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현재를 점검하지 않으면 잉카의 마지막 황제나 연개소문과 같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p.104~105)

저자는 역사를 배우는 것이 왜 필요한가를 구석 구석 풀어놓고 있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철학'을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을 성찰하는 방법으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인사동에서 조선시대 금속활자가 엄청 많이 출토된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활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금속활자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이용해 만든 인쇄기술에 대해서 설왕설래 했던 것을 기억한다. 문화와 기술의 교류가 있었던 곳에서는 다양한 문물이 왔다 갔다 했을 것이다.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이용해 인쇄기를 발명한 사람이다. 즉 대량 인쇄 기술을 발명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인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직지심체요절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를 보면 프레스라는 기계의 원리에서 영감을 얻고, 이미 발명되어 있던 금속활자와 인쇄에 필요한 종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요즘 말하면 융합과학이라고 할까? 인쇄술의 발달은 누구나 책을 읽고 공부하고 사고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정보 공유의 역사에 일어난 두 번의 변혁 중 하나라고 본다. 나머지 하나는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것 아닐까요?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믿습니다."(p.146)

며칠 전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독립군이 먹은 음식을 다루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봉오동전투하면 홍범도 장군을, 청산리전투하면 김좌진 장군을 떠올리지만 그들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먹고 입고 하는 살림을 한 그녀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 시절의 생활사와 독립군에게 먹였던 음식과 그 음식을 준비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의미가 있었다.

저자는 학생들이 이 시기의 역사를 배울 때 외울 게 너무 많아서 역사과목을 포기하려고 하는데, 만약 이 시기에 외울 게 없다면 그 역사는 어떤 역사가 되었겠냐고 반문한다. 독립투쟁단체들의 수많은 항쟁과 투쟁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생각이 든다. 그동안 철학책도 좀 읽고 나름대로 나의 생각과 삶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두 번 세번 읽을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왜 '역사'를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