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이 시대 대표 지성 134인과의 가장 지적인 대화
비카스 샤 지음, 임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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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기본은 우리 시대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준 인물들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저자가 초창기에 인터뷰한 위키피디아(Wilkipethia)의 창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가 보낸 질문에 대해 “전부 이미 대답한 적이 있는 질문입니다. 다른 질문을 해주세요.”라는 답장을 했던 것이다. 이후로 질문지를 보내기 전에 인터뷰이가 열정과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관련 있는 질문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은 유명 인물들로부터 의미 있는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유명인은 134인에 이른다. 저자는 자신이 기록한 인터뷰들 중 애착이 가는 인터뷰를 중심으로 훑어보다가 그 답변들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은 정체성(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 문화(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 리더십(우리의 힘을 모으는 비전), 기업가 정신(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차별(타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 갈등(전쟁과 평화 그리고 정의), 민주주의(2,500년간의 권력 실험)으로 구성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공통점은 정체성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나와 우리'가 누구인가에 관한 정체성의 문제는 세계를 얶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철학이 '자기 자신의 이해, 자아의 발견'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듯이, '생각하는 방법, 생각의 힘'을 거론하면서 이 주제는 당연히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주제로 보인다. 이 책은 관련 주제 아래, 질문을 배열하고 그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한 유명인을 소개한다. 대략 하나의 질문에 3~4명의 인물들이 답을 한다.

1. 정체성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콰메 앤서니 아피아(가나계 영국인 작가, 문화이론가)는 "우리는 주로 다른 사람이 붙여준 꼬리표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또 이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p.30) 그는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양극화, 성차별 등의 사회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로즈 맥고완(배우, 사회활동가)은 "명함에 적힌 직업보다 자신이 스스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활동이 자신을 더 잘 규정한다"(p.35)고 말하기도 했다.

2.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샘 닐(배우, 작가, 감독, 제작자)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안 그래도 이미 불평등한 삶을 살던 사람들에게 더욱 잔인한 치명타를 안겨주었"(p.43)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렇다. 금방 벗을 줄 알았던 마스크를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벗을 수 없으며, 4차 대유행을 맞이하고 있다. 이 와중에 누군가는 삶을 지속할 수 없을만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누군가는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다. 지금 다들 못 살겠다, 힘들다, 어렵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 틈새를 파고 들어 어려움을 발판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아니어도 불평등한 사람을 살던 사람들이 더욱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어떻게 다루어 져야 할까?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 중 하나가 '도덕적 삶'이다. 스티븐 핑거(작가, 교수)는 "도덕성은 궁극적으로 공정성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p.44)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주제가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 도덕적인 삶과 공정성에 관한 문제는 '선택적 분노 유발'과 함께 세대 간의 갈등으로까지 증폭되는 현상을 보인다.

3. 교육은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켄 로빈슨(교육 및 창의성 전문가)은 교육이 사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4가지로 나누었다.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개인적 영역에서의 역할이다. 교육을 받으면 더 나은 경제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각자의 공동체에 속하는 문화적 가치와 전통, 사고법을 배울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배운다. 마지막은 각 개인의 재능, 삶의 목표, 감수성, 관심사를 발견할 수 있게 하고 그 자체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잘못된 '사회적 조건화'를 통해 더 많은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에 방해를 받기도 한다. 디팩 초프라(영적 지도자)는 사회적 조건화를 정보의 과부화로 보기도 한다.

4.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가

에드윈 캣멀(픽사 공동 창립자)은 스토리텔링은 사람들 간에 소통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기본적 방법이라고 말하고, 마야 안젤루(시인, 소설가)는 "스토리텔링의 목적은 어떤 메시지를 널리 전달해서 우리 세대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저질렀던 실수를 다음 세대가 똑같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p.78)이라고 하였다.

5. 훌륭한 글의 조건은 무엇인가

마야 안젤루는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였으나 얀 마텔(작가)은 훌륭한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도덕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결국 훌륭한 글은 '진실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6. 리더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스탠리 매크리스털(매크리스털그룹의 창립자)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여러 동료와 서로 협력해 일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p.129)이라고 하였다. 즉 리더십이란 조직 구성원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리처드 마이어스(미국 합동참모본부의장)는 좋은 리더의 조건으로 설득과 협력으로 보았다. 많은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구성원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공감능력, 진실성, 투명성, 신뢰 등이 강조된다.

7. 실패 경험은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스탠리 매크리스털은 리더 입장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직과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행동은 대개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책임과 결정을 화피한 결과"(p.157)로 나타난다.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실제 당면한 위기가 무엇인지, 그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알려주고 훈련시켜야 합니다. 리더는 위기를 개인, 팀, 조직의 차원에서 각각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조직에서 누가 몇 번 실패했는지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신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성과에 도달하기까지 실패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했음을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p.157)

8. 장애는 왜 차별의 대상이 되었는가

필립 크레이븐(국제패럴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특정 신념이나 행동 방식을 강요하는 대신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하였다.

"'장애 (disability)'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능력(ability)'이 '없음(dis-)'을 나타내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장애인(the disabled)'과 같이 두루뭉술하게 표현되는 건 훨씬 더 심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그런 꼬리표 없이도 한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어야 해요. 나이가 들어서 시각과 청각이 쇠퇴하고 거동이 불편해진 사람에게 장애인이냐고 물어보세요. 손사래를 치며 거부할 겁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장애인과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냥 필립 크레이븐이라는 한 개인으로 존재합니다."(p.255)

9.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정치 참여는 왜 중요한가

국민투표는 여전히 유효한 정치 참여 방식이며, 국민에게는 통치권자를 선택할 권리, 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쫓아낼 권리가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에도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다. 대중의 선택은 때로 합리적 이성보다는 선동가들의 감정적 호소에 더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센테 폭스 케사다(55대 멕시코 대통령)는 정치에 훨씬 더 많은 교육 수준이 높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권자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터뷰이들의 생각을 읽는 것도 좋았지만, 저자가 목차와 소제목으로 뽑아놓은 질문에 대해 나만의 답변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비슷한 질문에 대해 각각의 인터뷰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답변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얼마전 읽은 철학서에서는 '대화 중에서도 질문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내용이 있었다. 질문을 통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생각을 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성장할 수 있다. 나의 삶을 바꾸는 힘, 그것이 바로 생각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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