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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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의 '아몬드'가 유명하지만(부산에서는 원북원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나는 읽어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와도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이 책 '타인의 집'을 읽게 된 것도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어보자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읽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8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첫 번째 소설 '4월의 눈'을 읽는데 가슴이 탁 막히면서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옴을 느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상황'은 다르지만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오롯이 나에게 전이되는 기분이 들었다. 사이다처럼 이혼을 하고 훨훨 날아다니는 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일일드라마처럼 눈물 줄줄 흘리고 매달리고 얽히고 얽히는 이야기말고,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벗어나는 이야기. 처음 그들이 이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아내의 아픔을 남편은 이해할 수 있을까?

"난 단지 우리가 행복하길 바랐을 뿐이야."

내가 조용히 말했다.

행복, 아내가 그 단어를 중얼거렸다.

"난 차라리 우리가 처음부터 불행했길 바라." (P.36)

8편의 소설 중 '타인의 집'은 이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타인의 집'은 쉐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지만,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직도 나의 집이 없는 내 모습이 묘하게 겹쳐졌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눈치싸움을 하고 결국엔 그들 모두 아무 힘이 없는 세입자일 뿐이라는 사실이 왜 그렇게 다 내 얘기 같은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도, '가정'도,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집'도 다 내게는 불안정하고 의미없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소설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같아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그 반대였다.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거기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어서다. 나는 그들의 아픔에 지나치게 젖어들었고, 나만큼이나 대책 없는 그들에게 화가 났다. 끝까지 읽느라 조금 고생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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