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 언택트 미술관 여행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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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교양강좌로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을 진행한 후 후속작업으로 출간한 책이다. 프롤로그에 보면 "한때 제가 미술을 해설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나의 해설 방식이 옳은 걸까? 만약 틀린 거라면 어쩌지? 그런데 화가의 삶을 공부하면서 문득 머릿속 안개가 걷히듯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어요. 누구도 타인의 삶에 대해 옳고 그름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화가들의 이야기를 조금 해 볼까요? 그들은 때로 당대인들에게 날선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성 화가들이 답습해 온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P.7)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도 그의 미술 작품 소개 방식이 조금 낯설었거나 기존의 도슨트와는 달랐기 때문에 찬사도 받았지만 그에 대한 공격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나도 미술관을 자주 가려고 하는 편이지만 '도슨트'가 있는 시간에 맞출 수 없어서 생생한 현장의 느낌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음... 생각해보면, 마치 경주에 가서 외국인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통역사와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통역사인가에 따라, 통역사의 의식 수준에 따라 설명하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예술작품을 대하는 자세에 정답이란 것이 있을까? 작품 앞에 서서 각 개인이 느끼는 감상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관련 서적을 수시로 읽어보는 이유도 그중 하나이다. 이 작가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그 작품에는 어떤 스토리가 녹아있을까 기대를 안고 읽게 된다.


 

이 책에는 구스타프 클림프, 툴루즈 로트레크, 알폰소 무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클로드 모네를 소개한다. 그동안 미술관련 서적을 찾아서 읽거나 전시를 할 때는 관람도 했기 때문에 낯선 화가들이 아니다. 특히 알폰소 무하와 클림트의 그림은 꽤 좋아하는 편이다. 이야기하듯이 쓴 글이 정우철의 강의나 도슨트를 연상시킨다. 화가나 작가가 작품을 그리거나 쓸 때 그에 얽힌 뒷이야기를 아는 것은 은근한 재미이다.

체코에서 나고 자랐던 알폰소 무하나 노르웨이출신 에드바르트 뭉크처럼 파리로 가서 그림을 배우고 새로운 세상을 접했던 것과는 달리 클림트는 빈에서 평생을 보내어 '빈의 화가'라고도 불린다. 클림트의 그림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키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클림트가 그린 풍경화도 있다. 클림트의 풍경화는 1:1 정사각형으로 그려진 게 특징이며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거의 일본 우키오에의 영향을 받는다. 클림트의 작품 중에서는 그의 유작 <신부>나 <삶과 죽음>같은 그림을 보면 낯선 동양의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화려한 색채와 어두운 색채를 배치하고 있다.

틀루즈 로트레크의 그림은 가끔 접한 적은 있지만 그렇게 마음에 들어했던 작품은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로트레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로트레크 역시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으며, 포스터의 선구자라 불리는 로트레크의 기법은 평면적인 포스터에 입체감을 주고 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바로 로트레크의 <54호실의 여인>이라는 그림이다. 로트레크는 하층민의 삶, 그 중에서도 매춘부를 많이 그렸다.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화가!!! 였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로트레크, 그리고 외면당한 사람들을 주목하는 그의 시선은 남부러울 것 없는 귀족사회에서 태어났지만 장애를 갖고 태어남으로써 철저히 소외당했던 로트레크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알폰소 무하 역시 일본의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 세로로 긴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알폰소 무하의 그림 스타일은 <세일러문>이나 <카드캡쳐체리>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타로의 그림에서도. 몇년 전 일본에서 카드캡쳐체리 전시를 보았을 때 알폰소 무하를 떠올렸었다. 그의 그림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알폰소 무하는 포스터를 끊임없이 그렸다. "포스터는 더 많은 대중을 계몽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일하러 가는 그들은 멈춰 서서 포스터를 보게 될 것이고, 정신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거리는 누구에게난 열려 있는 전시장이 될 것이다. "(P.176)

무하의 아르누보 대표작으로는 <황도십이궁>과 <사계>를 들 수 있다. 사라 베르나르를 모델로 하여 그린 <황도십이궁>은 달력이었다. <사계>시리즈는 포스터는 아니었지만 가게나 집 유리에 뭍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파리를 떠나기 전 무하는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모아 책으로 펴낸다. 책 한 권이면 무하의 그림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하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연작 <슬라브 서사시>를 그리기 시작한다. <슬라브 서사시>는 20점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연작으로 무려 20년에 갈쳐 그린 대작이다. <슬라브 서사시>가 완성되어 사람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슬라브 민족의 민족성을 깨닫게 하였고 자긍심을 갖게 하였다고 한다.

모딜리아니는 아프리카 미술에 깊이 빠졌으며 브랑쿠시의 조각작픔에서 영향도 받았다. 아몬드 모양의 눈과 긴 코, 긴 얼굴 모양까지 모딜리아니의 그림에 개성을 부여하는 얼굴 모양이 그 특징을 갖추어간다.

"모네는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을 변형하고 재구성하거나 밖에 나가 자연물을 관찰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 속에서 특징을 찾아내 자기만의 시선으로 표현했던 화가였다."(P.268)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화가들의 이야기는 새롭거나 완전히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관련해서 작품을 보거나 미술교양서적 등을 읽은 분이라면 이 책이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깊이있게 알 필요는 없지만 작품과 화가에 대해 조금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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