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 나도 모르게 쓰는 차별의 언어 왜요?
김청연 지음, 김예지 그림 / 동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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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언어라 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맘충' 이다. 아마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 이 단어가 특히 거슬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첫 머리에 '급식충'을 예로 들었다. '어떤 벌레'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을 일컫는 것일까?

'급식충'은 '급식'에 '벌레 충(蟲)'자를 붙인 말로 '급식을 먹는 벌레'라는 뜻이다. 주로 급식을 먹는 중고등학생을 비하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급식을 먹는 계층이 많을텐데 유독 중고등학생에게 급식충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몇 해 전 있었던 '무상급식' 논란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나는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사람이었고, 학교 내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밥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기를 바랐다. 무상급식을 놓고 포퓰리즘이니 선거용이니 하며 말도 많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밥조차 못 먹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좀더 부끄러워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교육이 늘 미래다라고 하면서, 그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그 밥값이 그리도 아까웠을까?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아이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공짜 밥을 먹는 생각 없는 아이'로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충(蟲)이 접미사로 붙은 표현이 온라인상에서 먼저 쓰이다가 일상생활에까지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과거부터 '식충이'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었다. 그것이 확대재생산된 것이 지금의 ~충이 아닐까 한다.

책에 나온 사례들은 4컷 만화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내용들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그러니까 그만큼 차별적 언어들을 일상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니까. 노인 비하 표현으로 '틀딱'이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노인을 비하하는 '노슬아치'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주변에서 점점 더 노인이 많아질텐데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괴롭혀서야 될까. 물론 나 역시 노인 세대에 불만이 많았던 청년기를 지나왔지만, 일부 노인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 전체를 표현하는 단어로 굳어가고 있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이 책에는 직업과 관련 있는 차별의 언어도 다루고 있다. 경찰관, 간호조무사, 급식조리사 등의 직업군에 관한 표현도 있고, 직업군 자체에 관한 편견도 있다. 예를 들면 의사한테는 '선생님'이라 하고 소방관한테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전문직이란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긴 하나 다른 직업을 낮춰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직업인을 부를 때는 해당직업을 지칭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변호사님, 꽃집사장님 처럼 말이다.

차별을 표현하는 언어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말들이 많다. 벙어리, 장님, 절름발이 같은 말들도 그렇다.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많이 쓰는 표현 중에는 결정 장애나 선택 장애 같은 표현도 문제가 된다. 그 내용이 어떠하든,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보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싫어한다면 조심해야한다.

말은 전파력이 강해서 한 번 내뱉고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전달된다. 매번 자신의 언어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말도 습관이다. 자꾸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해야 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말을 곱씹어 봐야 고칠 수 있다. 일상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차별의 언어를 나부터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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