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월든 : 숲속의 생활 - 185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전행선 옮김 / 더스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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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을 처음 읽었던 때가 생각난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었다. 수중에 가진 돈도 얼마 없었기에 여성전용 고시원의 방 하나를 빌려 들어갔다. 책상 하나와 내 몸 하나 누우면 몸을 돌리기도 불안했던 침대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그 책상 한 귀퉁이에 책을 한 권 두 권 쌓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월든'이다.

당시에 샀던 책을 제법 오래 갖고 다녔는데, 다시 읽으려고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만, 찾다가 포기하고 새 책을 한 권 샀다. 같은 표지의 책이 보였지만, 똑같은 책 2권이 생기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 이 책을 선택하였다. 1854년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이란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이 책도 이름은 알지만 읽지 않은 사람이 더 많겠다 싶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 책을 쓸 당시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숲속에 혼자 살았다. 그가 월든 호숫가로 간 목적은 돈을 들이지 않고 살기 위해서도, 대단한 희생을 치르며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개인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일은 형 존과의 추억을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소로는 '집을 마련하고 나면, 농부는 그 집 때문에 더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난해진다."(P.52)고 하였다. 이 문장을 읽는데 딱 지금의 현실과 어쩜 이리도 들어맞을까 싶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마침애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현대식 주택을 소유하거나 빌릴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해 보자. 문명의 발달과 함께 주택도 개선되었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의 수준까지 똑같은 정도로 향상되지는 않았다."(P.53)

나는 아직 내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부동산'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많이 섞여버린 요즘, 내 집 하나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가 사는 곳이 곧 그의 신분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몇 십억 짜리 집에 사는 이들은 구입한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들에게 단지 내에 차를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그들만의 세상에 우리는 없다. 아파트 브랜드와 평수가 우리를 규정짓는다. 소로의 말대로 집이 문명의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늘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하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로는 "그런 집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그 집을 등껍질 삼아 사는 거주민의 삶이지, 집 자체의 독특함이 아니다"(P.72)라고 말한다.

소로의 숲 속 생활을 엿보는 것도 좋았지만, 직업 탓인지 관심사가 그러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독서'에 관해 쓴 글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고전은 인류의 생각을 담은 가장 고귀한 기록"(P.150)이라는 그는 "책은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쓴 만큼 열심히 삼가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P.150)고 주장한다. "책은 세상의 소중한 재산이고 모든 세대와 민족에 속하는 유산이다."(P.152) 고전을 원어로 읽지 못하는 사람은 인류 역사에 관해 충분히 배울 수 없다. (P.153)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자를 읽을 줄 알거나, 남이 읽어주는 글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이는 삶을 더욱 유익하게 살아가며 지혜도 쌓여간다.

소로는 숲에서 지낸 첫 여름에 책을 읽지 못했다고 말한다. 노동의 참맛을 알아가던 그 여름은 몸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던 터다. 자기가 지은 집에서 이런 저런 방문자들을 맞이하며 숲 속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았다. 소로는 집을 사기 위해 빚을 지고 집값을 갚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안타깝다고 여겼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소로가 2020년대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추가: '월든'을 읽으면서 소로가 그리스 신화와 이야기들, 동서양의 고전이 이야기하는 가치들을 인용한 문장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서양 인문학의 중심에 '그리스 신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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