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는 무엇인가 - 정당정치, 자본주의, 식민지제국, 천황제의 형성
미타니 타이치로 지음, 송병권 외 옮김 / 평사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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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를 다룬 책을 연이어 읽게 되었다. 


앞서 읽은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박훈, 21세기 북스)은 메이지유신의 주역인 사무라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이 책은 유럽 열강을 모델로 한 일본의 근대화과정을 정당정치, 자본주의, 식민지, 천황제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저자는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영국 저널리스트 월터 바지호트가 시도한 성찰을 검토하여 이를 '일본 근대'가 무엇이었는지에 답을 하고 있다. 바지호트는 '전근대' 이후 영국의 국가구조를 둘러싼 자유로운 토의의 축적이 '토의에 의한 통치'를 강화하였고, '근대'개념은 '토의에 의한 통치'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았고 인간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으로 전통과 습관을 중시했다고 말한다. 바지호트는 '낡은 동양의 관습적 문명'에서 '새로운 서양의 변동적 문명'으로 이행, 즉 '전근대'에서 '근대'를 향한 세계적 규모의 이행이 서양 문명권에 의한 동양 문명권의 식민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p.23)는 명제의 진실성을 믿었다. 영국에서 출현한 '토의에 의한 통치'를 지표로 하는 '근대'개념은 영국을 주동력으로 한 식민지화에 의한 '근대'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동양에 있으면서 서양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일본이 이웃 국가를 식민지화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아는 것이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식민통치와 해방 이후 계속된 양국의 갈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 당시 일본이 국제 정세를 읽고 빨리 움직여 서구 열강의 제도와 문물을 받아들인 것이 근대화를 이끌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당시 국제 정세 속에서 일본이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일본보다도 훨씬 먼저 전 세계에 식민지제국을 건설하던 서구제국주의들 사이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일본이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정책과는 다른 노선을 걷게 된 것은 왜인지, 식민지 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한반도와 그외 국가들 사이에 차이가 생긴 것은 왜인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볼 수 있었다. 


1장에서는 '토의에 의한 통치'로서 의회제와 정당정치가 어떻게 성립했는지를 다룬다. 


'입헌주의'는 메이지 헌법 하의 체제원리였으나 곧바로 정당정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바지호트는 '관습의 지배'에서 '토의에 의한 통치'로 정치의 형태가 이행하는 것을 근대라고 하였는데 일본의 선진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메이지헌법 하의 귀족원, 중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는 미국의 상하원 양원제에서 볼 수 있는 체제원리인 권력 분립제였다. 권력분립제는 막부적 존재의 출현을 방지할 목적으로 만든 제도적 장치로 왕정복고 이념에 적합하다고 여겼으며, 어떠한 국가 기관도 단독으로 천황을 대행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메이지헌법 하에서 일본정치는 체제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기때문에 체제를 전체적으로 통합하는 기능을 가진 비제도적인 주체가 필요하였다. 이로 인해 번벌과 정당이 나타났다. 


2장에서는 '무역'과 일본의 자본주의 형성을 살펴본다.


국민국가 형성을 목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근대는 자립적 자본주의 형성을 불가결한 수단이었다. 이미 확립된 유럽 자본주의를 모델로 삼은 일본은 국가주의적 측면을 중시하였다. 정치적 리더가 동시에 경제적 리더가 되는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가 형성된 것이다. 일본은 유럽적 국민국가를 형성하기 위해 전략적 수단으로서 유럽식 자본주의를 자주적으로 형성하였다. 선진산업기술, 자본, 노동력, 평화의 네가지 조건을 국가가 만들었고 이로 인해 자립적 자본주의가 형성될 수 있었다. 


3장에서는 '식민지화'와 관련하여 일본에서 그것이 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고찰한다.    


일본은 아시아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식민지 영유 국가였다. '식민지'란 특정 국가 주권에 종속되면서도 본국과 달리 본국에서 시행되는 헌법, 기타 법률이 시행되지 않는 차별적인 영토(p.167)를 말한다. 랴오둥반도 반환 후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유럽열강과 함께 권력정치의 주체가 되고자 하였다. 청일전쟁이 초래한 국제정치상의 변화는 러인전쟁 이후 식민지 제국 일본의 팽창방향을 확정하게 된다. 일본의 식민지제국 구성은 경제적 이익보다 군사적 안전보장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유럽의 식민지와는 달랐다. 즉 식민지제국 일본의 팽창은 본국과 국경선이 연결된 남방 및 북방 지역의 공간적 확대로 이루어졌다. 러일전쟁 이후 한반도 식민지화의 시동이 걸린다. 


4장에서는 일본 근대에서 천황제는 무엇이었는가를 알아본다. 


유럽에서 기독교가 담당한 '국가의 기축'으로서 기능을 일본에서는 황실이라고 생각했다. '신'의 부재가 천화의 신격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으나, 근대 일본의 형성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문명개화', '부국강병'은 오로지 일본 국가의 대외강화를 목적으로 한 근대화 노선이었다.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시대에 세계가 자국중심주의로 치달아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일본은 '안전 보장 환경'의 변화를 강조하고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을 부르짖으며 '강병'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근대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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