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어휘력 -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말귀 못 알아듣는 사람과 말귀 못 알아듣게 말하는 사람이 만나 말해봐야 복장 터질 일밖에 없다. 어휘력이 부족해서일 뿐인데 '그 인간 문제 있다'로 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어휘력과 인격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경우 어휘력 '부족'보다 '잘못'에 가깝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 느낌 등을 표현하는 데 자신감을 잃는다." p.6

이 책을 읽는 동안 앞에서 밝힌 저 문장이 탁 와닿았다. 직장생활을 하든, 사회생활을 하든, 또는 가정에서조차도 늘 왜 내 말을 못 알아듣느냐고!!! 열 받았던 일이 하루이틀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다음 '내가 못 알아듣게 말한'사람은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의사소통의 실패경험이 늘어나면 날수록 소심해지는 것은 어느 누구랄 것도 없다.

책에서는 어른다운 어휘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떤 말이나 글의 의미나 어감을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눈치'가 부족하다기보다 '어휘력'이 부족한 탓이 크다. 눈치 없이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척하면 척! 알아듣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갑갑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것도 어뤼혁이 부족해서 그렇단다. 어휘력은 개념이다. 그래서 그것이 어떤 필요로 등장하여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알게 되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국어시간에 낱말 공부를 꽤 했었다. 비슷한 말, 반대말도 늘 시험을 쳤고, 낱말의 뜻을 찾아 공책에 쓰고 외웠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전이라는 것이 낱말을 찾는 과정에서 다른 단어를 눈에 익히는 과정을 거쳐, 해당 낱말의 뜻을 알게 되는데, 요즘은 '낱말'을 써서 검색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시대다 보니 어휘력을 증진할 시간이나 과정이 없다.

그렇다면 정확한 어휘는 왜 필요한가? 우선은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이다. 즉, 해석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언어의 한계는 상상과 인식의 한계상황을 불러온다. 어휘력은 낱말에 대한 지식의 총합이며, 문장을 낱말로, 서술을 명사나 형용사로 줄이는 기술이기도 하다. 또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간단한 표현이라도 고도의 두뇌활동이다.

"눈으로 읽은 적 없고 귀로만 들은 말을 손으로 적으려니 벌어지는 웃기는 맞춤법이다. 거의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고 싸잡아 단정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p.117

"한쪽에서는 글자를 줄이다 초성으로까지 줄여 쓰는데 다른 쪽에서는 불필요한 경어와 존대로 문장이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p.119

"우리말은 형용사와 동사가 잘 발달해 구태여 피동형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p.120

"말과 글은 주어가 목적어를 하게 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파생한다. 그래야 목적과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p.120

"누군가의 생각이나 마음을 알고 싶다면 갖지도 않은 독심술을 부리지 말고 말(글)을 건네자. 그 말(글)이 가진 힘을 믿자. 우리가 어휘력을 키우고 싶은 궁극적인 목적도 결국 소통에 있지 않던가." p.133

그렇다 결국은 소통이다. 내 말을 잘 알아듣든, 못알아듣든 궁극의 목표는 의사소통이다.

모국어 사용자들은 언어를 온몸으로 흡수한다. 왜냐하면 말맛을 알기 때문이다. 말뜻과 말맛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말맛이 우선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텍스트보다 콘텍스트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요즘 회사에서 교정일을 조금 하고 있다. 문서 교정을 하고 있는데, 간혹 문법적으로는 틀리지 않았지만 뭔가 어색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는 아예 해체해 놓고 문장을 바꿔버리는데 소리내어 읽어본 후 어색한 것은 삭제하거나 조정을 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방법을 이야기한다.

"문제는 문장 자체는 번듯한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종잡을 수 없는 글이다. 전체를 갈아엎어야 한다. 원고를 쓴 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냐고 묻는 것이다. 말하면서 생각났는지 생각해서 말하는지 몰라도 한결 명확한 내용으로 들려준다. 내용을 간략하게 줄이고 압축할 수 있는 것도 어휘력이다." p.183

나도 자주 하는 일이다. 최초 문서 작성자에게 연락해서 무엇을 전하고자 하였는지 묻는 것이다. 애초에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문장을 수정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수식어 없이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어휘를 찾고, 형용사를 용언으로 바꾸면 문장이 간결해지고 뜻이 분명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부사와 형용사를 모조리 걷어내자는 말이 아니다. 문장의 적재적소에 형용사를 다채롭게 구사하면 문장이 특별해 보일 수 있다.

"인간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자기에게 일어나지 않은 것을 일어난 것처럼 상상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 이외의 것들을 상징을 통해 이해한다. 글자가 기호라면 글은 상징이다. 글자를 읽는 것과 글을 읽는 것은 다른 차원에 있다. 저자도, 독자도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글자가 아닌 글을 읽는 것,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기대고 있는 콘텍스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P.258

어른의 어휘력,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들을 학교만 졸업하면 싹다 잊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책을 읽고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고, 사용하지만 쉽지 않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 '어른의 어휘력'. 대학입시가 아니라 살면서 우리가 필요해서 쓰는 어휘력이다. 가장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이라면 독서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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