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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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인데, 이번에 독서 동아리에서 마침 이 책을 선정했다. 교정 교열을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해 온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서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내가 아는 것은 확인을 하고, 내가 몰랐던 것은 다시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함인주라는 작가와 주고받은 글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한 축에서 진행되고, 또 한쪽에서는 문장을 다듬기 위해 알아야 할 문법적 용례들을 설명한다. 나도 회사에서 직원들의 글을 교정하고 새로운 문장으로 바꾸거나 빨간 색으로 표시해서 넘기곤 한다. 그럴 때 한 번씩 듣는 말이 '굳이 이렇게 고쳐야 하나요?'이다. 즉, 그렇게 바꾸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는 문장 아니냐는 것이다. 보통은 그 분야의 사람들끼리만 알아듣는 단어를 사용해서 일반 사용자들에게 불친절한 문장을 쓰거나 사소한 맞춤법조차 신경 쓰지 않은 품격 없는 글을 보곤 한다. 교정을 해서 보내면 적어도 다음번에는 사소한 맞춤법 정도는 신경 써서 써 보내면 좋으련만. 아직은 나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몰랐던 것을 처음 알게 된 내용은 없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제시된 비문을 직접 수정해보면서 읽었다. 저자가 교정한 문장과 조금 다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동일했다. 이 책을 나처럼 늦게나마 읽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비문을 직접 교정해 보는 것도 좋겠다.

관형사 '모든'으로 수식되는 명사에는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무리'나 '떼'처럼 복수를 나타내는 명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복수형을 하고 있는데 뭐 하러 '-들'을 또 붙인단 말인가. p.29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엉뚱한 자리에 끼어들어서 문제가 될 뿐이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낱말이나 표현 같은 건 없다. p.47

블로그나 인터넷에 글을 쓸 때는 거의 퇴고를 거치지 않고 그냥 업로드해 버리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한 번 더 확인하고 업로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은 나의 얼굴이다. 저자가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이라고 했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하다'의 활용형인 '대해(서)'나 '대한'만큼 문장 안에 자주 등장하는 낱말도 드물다. 문제는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까지 무슨 장식처럼 덧붙인다는 데 있다. 더구나 '맞선', '향한', '다룬', '위한' 등등의 표현들로 분명하게 뜻을 가려 써야 할 때까지 무조건 '대한'으로 뭉뚱그려 쓰면 글쓴이를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p.66-p.67

'-들 중 한 사람, -들 중 (가운데) 하나, -들 중 어떤'도 그렇다.

그녀는 전형적인 독일 여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정형적인 독일 여자였다. p.78

'가장'이라는 부사로 수식할 수 있는 대상은 하나뿐이다. 최고를 뜻하니 둘이 될 수 없는 건 당연하잖은가. 하지만 워낙 자주 쓰다 보니 '가장'이 여럿을 수식하는 표현이 이젠 입에도 익고 눈에도 익어버렸다.

그는 내 가장 친한 친구들 중 한 명이다.

그는 개 가장 친한 친구다. p.79

'-같은 경우'는 아래와 같이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 같은 경우에는, 중국 같은 경우는, 그 같은 경우

내 경우에는, 중국의 경우는, 그 경우에

나는, 중국은, 그는 p.85

'-에 의한, -으로 인한'도 '때문이다', '비롯되다', '빚어지다' 따위로 바꿔 쓸 만하다. '-에'와 '-으로', '-에'와 '-로'도 구분해 써야 한다. 자주 틀리는 조사 중에는 '-에'와 '-에게', '-에게서'가 있고, '-(으)로부터' 등이 있다. 책에는 다양한 예문이 나오는데, 스스로 수정해 보면 어떤 문장이 자연스러운지 알게 된다.

한때 나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그때 외국인들이 자주 틀리거나 어려워하는 문법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이제는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도 그걸 어려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외국어 실력을 키우느라 우리글과 말은 한쪽으로 제쳐 두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한국어는 순우리말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한자어도 우리말이고, 외래어도 우리말이다. '시키다'를 붙이는 많은 낱말들이 한자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면, 한자어의 정확한 뜻을 몰라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지 궁금하다.

잘 쓴 글은 읽기 쉽고 내용이 명확하게 전달된다. 요즘 우리는 말보다 글을 더 많이 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짧은 문장이라도 정확하고 분명하게 내용을 전달하려면 몇 번을 생각하고 살펴야 한다. 의사소통에 '말'만큼 '글'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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